"기초용어도 이해 어려워"…산재 느는데 건설외국인 근로자 '안전 사각지대'

  • 외국인 건설 근로자 작년 22만9500여명... 비중 14.7% 달해

  • 국적도 다양해져 건설현장 안전예방교육에 '난항' 토로

  • 대책 수립 및 지원 없이 규제 강화, 실효성 낮아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우주성 기자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우주성 기자]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노출도 확대되고 있으나, 현장 안전 교육은 제자리 걸음에 그치는 등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건설현장 인명 사고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대책 수립 없이는 강력한 규제도 실효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1일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 곳곳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표어와 안전지침 등이 한글과 함께 한자 간체자로 표기돼 있었다. 해당 건설현장 근로자의 상당수가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 5월 발표한 ‘건설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 근로자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22만95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건설근로자 가운데 약 14.7%로 역대 최고치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 11.8%로 두자릿수를 기록한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국내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임시가설물에 대한 발판 설치나 해체 등 단순 비계공 등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대형사도 일반 개별 공사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이미 20~30% 수준에 달하는 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도 상당해 중견사나 중소형사일수록 그 비중이 더 높다”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국적도 이전보다 다양해지면서 일선 현장의 안전예방 교육 진행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건설업의 경우 외국인 산업 재해 발생 비중이 전체 산업군을 통틀어 가장 높다. 근로복지공단의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산재처리 상세현황’을 보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산재 발생 건수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2.2%(3524명), 2023년에는 39.8%(3567명) 등 40% 수준에 이른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건설현장 인명 사고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다수다.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감전 사고로 30대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다쳤고,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사고 사망자도 절반이 외국인 근로자로 집계됐다. 

건설업체들도 웹툰이나 자동번역기술 등을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B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산재 사고가 국내 근로자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국적이 더욱 다변화돼 기초 안전 수칙을 숙지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안전교육 때 3~4개국어로 방송을 진행하거나 우리 말이 가능한 외국인 직원에게 번역하게 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우면 보디랭귀지까지 활용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전 교육 진행에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통·번역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데다, 교육이 사업주에 의해서만 신청된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등을 보면 적합한 안전 교재의 사용 등을 권고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외국어 교재 사용이나 채택 등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설업체에서 근로 가능한 비자를 획득한 외국인 근로자들만 건설기초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어 그 외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등은 건설기초안전교육 이수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방의 C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비자 발급 시 직군에 따라 기초 교육을 1차적으로 하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건설 공정 종류나 지역 특색에 맞는 번역 서비스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지속적 지원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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