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연구산업과 AI…국가 R&D 혁신의 동력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 최미정 교수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 최미정 교수]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연구개발(R&D)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연구산업’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설계의 ARM, 신약 임상시험 전문기업 SGS는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니라 세계 연구산업을 대표하는 아웃소싱 파트너다. 최근 이들 기업은 AI를 적극 도입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GS는 임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승인 속도를 단축하고, ARM은 AI 기반 칩 설계 도구로 연구 효율을 극대화한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AI와 연구산업의 융합을 통해 ‘지능형 연구 생태계’로 이동 중이다.
 
AI 아웃소싱의 효과는 최근 수치로도 확인된다. 액센추어(Accenture·2024)에 따르면 2019~2023년 동안 AI 기반 프로세스를 도입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 성장률이 2.5배, 생산성이 2.4배 높았다. 델로이테(Deloitte·2024)의 글로벌 아웃소싱 조사에서는 62%의 기업이 비용 절감, 54%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중국의 한 콘텐츠 아웃소싱 플랫폼(contents outsourcing platform 사례·2023)에서도 AI 도입 이후 주문량이 121% 증가, 매출이 56%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AI가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넘어, 기업의 성과와 국가 경제에 직접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성과는 뚜렷하다. ㈜토트는 인공지능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폐배터리 해체 솔루션을 제공하며 CES 혁신상을 2년 연속(2024~2025) 수상했다. ㈜젬크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으로 최근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다겸 주식회사는 미세공정 AI 머신비전 품질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토모큐브는 살아있는 세포를 염색 처리 없이 3D로 촬영하는 혁신기술에 AI를 적용하여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국내 연구개발 전문기업들은 AI와 연구산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연구산업은 단순한 아웃소싱이 아니다. R&D 전 과정을 지원하는 조력자이자 사업화 촉매제로, 기술시장 조사·시험·분석·실증, 연구장비·재료 공급, 사업화 전략까지 포괄한다. 정부도 이를 육성하기 위해 2004년 연구개발서비스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 「연구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2025년 현재 2735개 기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정하는 전문연구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지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연구산업은 역사가 짧아 인지도와 시장 기반이 부족하고, 글로벌 대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초기 투자가 절실하다. 또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확산하려면 산학연 협력, 중소기업 참여, 데이터 공유와 같은 기반도 필요하다.
 
연구산업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를 강화하고, 연구산업 기업은 AI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이 균형이 이뤄질 때 우리나라 R&D 생태계는 확실한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필진 주요 이력
▷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산업진흥과장
 ▷現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 ▷건국대학교 축산식품생명공학과 교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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