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154kV 신장성~운남 무안 햇빛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한 함평군 주민설명회가 고성과 막말, 손가락질로 얼룩졌다. 민관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의회와 사회단체 간 갈등으로 사업 논의의 신뢰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16일 함평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한전, 함평군, 송전철탑건설저지 범군민대책위,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총연장 48.8km 구간에 104기의 송전철탑을 설치하는 계획으로, 이 중 13km가 함평을 통과한다. 주민들은 환경 훼손과 생활권 침해를 이유로 일부 구간 지중화를 강력 요구했다.
범군민대책위 측은 “산악 구간은 불가피하더라도 농경지·상업·주거지는 반드시 지중화해야 한다”며 특히 엄다면~학교면 4.8km 구간을 ‘군 중장기 발전계획 핵심지’로 지목했다. 한전은 “민관 협의체 논의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명회 도중 한 사회단체장이 함평군의회 의원들을 향해 고성과 거친 언행을 쏟아내며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됐다. 일부 증언에 따르면 사회단체장이 특정 의원에게 “무슨 역할을 했느냐”며 손가락질을 했고, 이에 의회 측은 “공개석상에서의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이남오 함평군의회 의장은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의회를 인원 동원의 수단처럼 취급하며 모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식 사과 없이는 민관 협의체 논의 참여가 힘들다”고 경고했다. 정철희 부의장도 “의회는 군민의 뜻을 받드는 기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회단체장은 “군을 견제하고 군민을 대변해야 할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욕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 앞장서야 할 의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관 협의체를 주도하려는 인사가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협의체의 진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과 “의회 역시 현안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이번 사태로 민관 협의체 출범 전부터 의회·사회단체·주민 간 불신이 증폭된 가운데, 갈등 봉합과 사업 정상화를 위한 각 주체의 성숙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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