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분상제 단지는 총 28곳이며 이들 단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3.4대 1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분상제 미적용 단지 1순위 청약 경쟁률(4.2대 1)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청약 시장이 침체된 지방에서도 일부 분상제 단지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청약 열기가 지속된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를 보면 올해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분상제 적용 단지였다. 올해 2월 분양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51.62대 1을 기록했다. 4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테라 2차’도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9.66대 1에 달했다. 올해 분상제 단지 중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0대 1을 넘은 단지는 6곳에 이른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아파트 분양 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합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이보다 비싸게 분양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규제지역 민간택지와 공공택지 개발지구에 적용되며 주변 시세 대비 60~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정해진다. 이로 인해 분상제 단지 당첨 시 수억 원가량 시세 차익이 가능해 과도한 청약 쏠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상급지 택지 가격 인상과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분상제 적용이 무색하게 이들 단지 분양가도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분상제 단지의 가격 상한을 결정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 등으로 꾸준히 오르면서 이런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공급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신규 분양 단지도 분상제 적용에도 분양가가 3.3㎡(평)당 7000만원 안팎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이 3.3㎡ 당 7209만원을 기록했고,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6530만원), 서초구 아크로 리츠카운티(6677만원), 래미안 원페를라(6833만원)도 3.3㎡당 6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송파구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잠실장미1·2·3차 일반 분양가가 3.3㎡당 9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분상제 제도 개선을 언급한 만큼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시세차익을 공공이 채권 형태로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정 이상 차익이 발생 시 국민주택채권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실제 2006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시행된 전례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 도입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로 분양가 상승 압력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분양을 받은 개인이 분양가에 더해 채권가격까지 지불해 높은 분양가는 유지되는데 정작 개발이익은 정부가 가져가는 꼴”이라며 “분상제를 유지할 것이라면 차익의 90% 수준으로 분양가 상한을 완화하되 분상제 적용 지역을 보다 확대하는 편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 입찰제가 도입되면 일반 서민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고 정부만 차익을 올리게 된다”며 “역세권 개발이나 도심 복합 개발 시 공공기여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 공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