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최근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이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전수조사로 인해 긴장한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라 "걸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공사기간 단축 중심의 발주 등 구조적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50일간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철도공단 등 10개 주요 공공기관과의 건설현장 합동 단속에 나섰다. 이번 단속은 다단계 하도급, 전체 공사 일괄 하도급에 대한 집중 점검으로 이뤄진다. 부실시공, 안전사고 및 임금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하도급이란 건설사가 발주자로부터 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수급인의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하지만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무자격 업체가 현장을 맡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하도급 과정에서 공사 품질과 안전이 저하될 수 있고, 붕괴 사고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임금체불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최근까지도 불법하도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 전국 1607개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167개 현장에서 52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불법하도급이 197건(37.9%)으로 가장 많았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적발된 업체에는 엄중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고, 권창준 고용부 차관도 "만연한 불법하도급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위험이 전가되는 것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는 최근 건설 현장에서 잇따르는 중대 사고와 불법하도급 구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DL건설 현장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면허 취소 등 제재 방안을 언급하면서 불법하도급에 대한 조사가 착수된 것이다.
건설업계에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특히 최근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국토부가 해당 업체가 시공을 맡은 전국 현장 100곳에 대해 지난달부터 전수조사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다른 건설사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상 법률 위반이 하나라도 나오게 되면 면허취소 같은 최고 수준 징계도 현실화될 수 있다"며 "걸리면 끝장이라고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벌만 강조한다고 개선 효과를 거두기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하도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속에 그치지 않고, 적정 공기·적정 단가 보장과 같은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사업성과 관련된 게 공사기간이고 하도급으로 갈수록 공기를 맞추거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결국 강도 높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며 "적정 공기와 관련해 사회적 비용 발생의 용인 없이는 (사고는) 반복된다. 처벌 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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