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유예 끝낸다"…나토, 우크라 지원 본격화

  • 러 외무부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제한 없어"…나토 공격 가능성 시사

  • 네덜란드, '우크라 지원용' 美무기대금 첫 기여국…"8000억원 규모 부담"

2018년 11월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1월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위한 빗장을 풀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체결했다가 2019년 소멸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상의 미사일 배치 제한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와 미국 동맹국을 향해 미사일 전진 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는 더 이상 중·단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INF는 2019년 종료됐지만 우리는 자발적으로 이를 제한해 왔다”며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은 이를 무시하고 무기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경고를 거듭했으나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시아 등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며 “새로 부상하는 위협에 대응하고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상응하는 군사·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무부는 또 덴마크, 필리핀, 호주 등에서 미국산 중·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배치됐다며 이는 러시아의 자체 유예 노력이 보답받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응 조치의 구체적인 결정은 미국과 서방의 지상 기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규모와 국제 안보 상황 전개에 대한 부처 간 분석을 바탕으로 러시아 지도부가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미국이 아시아에 INF하에 금지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러시아도 유사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INF는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2017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실전 배치했다며 INF 파기를 선언하고 이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다만 러시아는 그 이후에도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체 유예한다는 방침을 이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렘린궁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자유…나토 국경 공격 대응 가능”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연방은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에 있어 행동의 자유를 가지며, 나토의 국경 인근 공격행위에 대응해야 할 경우 필요에 따라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도 “서방은 러시아의 자제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 유예 논의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날 외무부 성명과 관련해 “이번 조치는 나토 국가들의 반러시아 행보의 결과이며, 이는 새로운 현실”이라며 “앞으로의 조치들을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핵 위협’ 공방을 벌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대러 제재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전설적인 ‘데드 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데드 핸드는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핵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2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미국산 무기 구매대금 가운데 5억 유로(약 8000억원)를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위해 나토가 일명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이하 PURL)이라는 명칭의 새 자금 조달 체계를 마련한 데 따른 것으로, 네덜란드가 첫 기여국이 됐다. PURL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공급은 하되 비용은 전액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부담하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발표 이후 구체화한 방식이다.
 
우크라이나가 우선 필요한 무기 목록을 통보하면 나토 회원국들이 갹출해 미국에 비용을 지불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게 된다. 미국은 패트리엇을 포함해 자국 보유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를 통해 네덜란드의 5억 유로 패키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한 미국산 무기 구매자금이 포함돼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네덜란드의 첫 기여 결정을 환영하면서 “다른 동맹들도 곧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크렘린궁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와 만나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며 그의 방문이 중요하고 실질적이며 유용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방문 날짜는 특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가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2월 11일, 3월 13일, 4월 11일과 25일 등 네 차례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위트코프 특사가 6일이나 7일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