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인공지능(AI) 우위’ 전략에 맞서 '세계AI협력기구' 설립을 추진한다. 중국이 미국과 AI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며 우리나라 역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27일 IT업계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6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세계인공지능대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40여개 참가국에 AI 협력체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 기구는 AI 기술의 개방적 공유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목표로 하며, 리창 총리는 본부를 상하이에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창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AI 혁신은 컴퓨터 칩 공급 등의 병목현상으로 제약 받고 있으며, 기술 독점이 소수 국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에 ‘중국의 방안’을 제시하고, 개방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세계 AI 거버넌스에 ‘중국의 지혜’를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WAIC에는 한국을 포함한 약 40개국과 국제기구의 고위 대표들이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유엔 산하 AI 대화 메커니즘 2개 신설과 안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을 포함한 13개 항의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구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AI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불과 사흘 전인 23일, 미국 백악관은 ‘AI 우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기반으로 한 이 계획은 △과도한 민간 규제 철폐 △AI 인프라 및 반도체 생산능력 증강 △AI 기술 수출통제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AI 기술 협력, 표준 공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하며 “미국식 규범과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의 기술 도용과 저비용 AI 확산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엔비디아 칩 수출 통제 완화와 함께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중 AI 협의체 구상은 접근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안보 중심의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규제 완화와 혁신 가속화를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오픈소스 공유와 포용적 다자협력을 내세워 개발도상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세계 6위 AI 경쟁국인 한국은 두 강대국의 격돌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은 첨단 칩 공급(삼성·SK하이닉스 협력), 안보 동맹, 기술 협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시장 접근성, 오픈소스 기술 활용, AI 개발 비용 절감이라는 매력을 제시한다.
한국은 WAIC에 참석해 중국 측과 논의했으나, ROK-US AI 협력 전략을 통해 서방 진영에 가까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양측과 유연한 외교를 유지하면서 자체 AI 생태계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AI(자주 AI) 전략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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