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F-15 전투기가 비행하며 섬광탄을 투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와 북부에서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교회가 폭격당해 민간인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슬픔을 표하며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아비차이 아드라이는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데이르알발라 남서부 일대의 주민과 피란민을 향해 가자지구 남부 해안가 알마와시 지역으로 즉각 대피하라고 밝혔다. 아드라이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은 적의 테러 인프라를 파괴하고자 강력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전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데이르알발라에 대피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의 경우 인질 처형의 우려로 지상 작전을 피해왔다. 가자지구 중부에는 약 35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별도 성명에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지역에서 지하 약 20m에 파인 길이 약 2.7㎞의 땅굴을 발견해 해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자발리아 지역에서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테러 인프라 수백 개를 해체했고, 수많은 무기를 발견했으며, 테러리스트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전선을 시찰한 뒤 장병들에게 “우리는 강점을 강화하고, 취약점을 줄이며, 작전 성과를 심화하는 새로운 작전 형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미르 총장은 “이를 통해 하마스는 더 심각한 고통에 빠질 것이며, 우리 군의 병력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권에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아랍권 알자지라방송은 이날 하루 동안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115명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구호품을 받으려던 사람 92명과 민방위 구호 요원 2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굶주림으로 18명이 숨졌다고 알렸다.
한편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남쪽 카스텔 간돌포의 자유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마친 뒤 “야만적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내 가톨릭교회 폭격으로 사망한 이들을 호명한 뒤 “국제사회가 인도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를 존중하며 집단적 처벌·무차별적 무력 행사·강제 이주를 금지할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교회인 성가족성당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하고 가브리엘 로마넬리 본당 신부를 포함해 10명이 다쳤다. 이 성당은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매일 같이 통화하며 신자와 피란민의 안부를 물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가족성당 폭격 소식을 접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스라엘 외무부는 소셜미디어에 이례적인 사과문을 게시했다. 네탸나후 총리는 18일 교황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화에 나섰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며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전면전을 선언했고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