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가요? 삶이 풍족한데도 우리는 왜 반평생을 숨가쁘게 사나요. 고민은 내려놓고 짬을 내서 차 한잔 드세요."
중국 푸젠성 명승지 우이산(武吏山) 대왕봉(大王峰)과 구곡계(九曲溪)라는 자연 경관을 있는 그대로 무대로 활용한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공연 '인상 대홍포(印象·大紅袍)' 공연 말미에 나오는 배우의 대사다.
공연은 바쁜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일곱 차를 건네며 위로한다. 당나라 말기 유명한 시인 노동(盧仝)은 시(詩) 칠완다가(七碗茶歌)에서 “시에서 한 잔에 입술과 목구멍이 촉촉해지고, 두 잔에 외로움과 번민을 씻겨주고, 세 잔은 메마른 창자를 적시고, 네 잔에 가볍게 솟아난 땀으로 불평사가 털구멍으로 흩어지고, 다섯 잔에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 잔에 선령과 통하고, 일곱 잔은 마셔도 더함이 없는 경지가 된다"고 읊었다.
‘인상 대홍포’는 구이린, 리장, 항저우, 하이난에 이어 장이머우 감독이 푸젠성 우이산에서 연출한 다섯 번째 인상 시리즈 공연이다. 2010년 3월 29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15년 넘게 모두 6300회 이상 공연하고, 8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우이산은 1999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명승지로 주자학(朱子學)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인상 대홍포라는 이름은 우이산의 대표 차인' 대홍포차'에서 따왔다. 명 나라 황후가 이 차를 마시고 병이 낫자 황제가 차나무에 붉은 비단옷(대홍포)을 하사하면서 대홍포차라 불렸다고 한다. 대홍포차는 우이산의 바위에서 자생한 찻잎으로 만든 암차로, 찻잎을 반 발효시킨 우롱차의 한 종류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2023년 인상 대홍포 공연은 중국 전체 문화관광 공연 중 티켓 수입 9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저녁에 1~2회 공연하지만, 올해 노동절 연휴는 관객이 몰리면서 하루 내내 5차례 공연하기도 했다.
보통 우이산 대왕봉에 노을이 질 무렵 시작해 70분간 이어지는 공연은 ▲차의 기원과 전설 ▲당나라 궁중 다도(茶道) ▲송나라 투다(鬪茶, 차 겨루기) ▲명청시대 차 제조 공법 ▲우이산에 내려오는 대왕봉과 옥녀봉의 전설 ▲현대식 차 우려내기 의식 ▲구곡계 뗏목 유람 ▲차 볶기 ▲차 대접까지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돼 우이산의 자연과 차 문화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세계 최초 360° 회전 관중석 ▲3000개의 디지털 조명이 연출하는 현란한 영상 ▲화려한 레이저가 비추는 대왕봉 암벽 ▲장장 1.2㎞에 걸친 산과 계곡 사이로 펼쳐진 15개의 멀티스크린에 투사되는 레이저 ▲구곡계 물소리가 흐르는 서라운딩 스피커 효과까지 각종 첨단 기술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차관, 강변, 산봉우리, 차밭 등 수시로 바뀌는 무대 배경을 즐기며 관객은 마치 그림 속을 유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우이산은 전 세계 우롱차와 홍차의 발상지로, 천년이 넘는 차 문화 역사를 자랑한다. 실제 우이산에 가면 골목마다 즐비한 찻집에서 차향이 뿜어져 나온다. 베이징대 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이산의 차밭 면적은 약 6만 헥타르, 지난해 우이산 차 산업 규모는 135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차 관련 종사자는 12만 명으로 지역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