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조원 넘게 성장한 국내 ETF 시장을 두고 자산운용사들 간 '치킨게임'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보수 인하 경쟁에 선을 그어왔던 한국투자신탁운용까지 가세하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은 오는 17일부터 ETF 5종에 대해 보수 인하를 단행한다. 해당 ETF는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KRX금현물, ACE 200, ACE200TR이다. ACE 미국S&P500은 0.0047%, ACE 미국나스닥100은 0.0062%, ACE 200은 0.017%, ACE 200TR은 0.01%로 낮춰 각각 상품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과 비슷하게 맞출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한투운용의 태도 변화다. 지난해 ETF 점유율 1·2위 업체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필두로 K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등이 '업계 최저 수수료' 경쟁을 펼쳐왔지만 한투운용은 기존 보수를 유지하는 쪽을 택해왔다.
하지만 자사 대표상품 중 하나인 ACE KRX금현물 ETF와 유사한 상품을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다 낮은 보수(0.15%)로 출시하면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ACE KRX금현물 ETF의 총보수는 기존 0.5%에서 0.19%로 낮아질 예정이다. 꾸준히 ETF 점유율을 늘리며 3위 업체 자리에 오른 것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새 상품을 잘 만들어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기존 점유율을 수성할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작 개인투자자들이 보수에 대한 민감도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미 ETF 보수가 매우 낮은 수준인 만큼 이보다 더 낮춘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체감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자산 상위 ETF를 살펴보면 보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자산운용 KODEX 200다. 총보수가 0.15%로 TIGER 200의 0.05%보다 세 배 높지만 순자산 규모는 KODEX 200이 6조8090억원을 기록해 TIGER 200의 2조883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출혈 경쟁이 장기적으로 ETF의 상품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수 인하로 점유율 빼앗기에 급급한 경쟁이 결국 시장 독과점과 차별성 없는 ETF의 난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광고선전비가 가장 컸던 10개 운용사의 합산 광고선전비는 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71억원 대비 63%가량 늘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