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구 칼럼] ‘규제와 지원‘ 지렛대는 왜 고장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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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구 고려대 연구교수
입력 2021-03-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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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구 고려대 연구교수]



정부는 규제와 지원이란 지렛대로 정책을 집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각각의 효과는 국가가 처한 상황과 어떤 산업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 초반까지는 산업 불모지였으나, 이후 몇개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으로 발전하는 경이로움을 이루었다. 메모리 반도체, 조선, 휴대폰 제조업이 여기에 속한다. 비약적 발전에는 민간기업의 개척자적인 노력과 열정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지만, 성장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 정부의 역할도 큰 기여를 하였다. 발전하는 산업 영역에서의 정부 역할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지원’이었다.

반면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영역도 있는데, 금융업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서양 중심의 세계에서 동부아시아의 가난했던 나라의 금융업이 이만큼 발전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금융업은 다수의 국민들이 직접 접하는 영역이라 속성상 규제를 통해 다수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업종이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다음과 같은 내외부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얘기된다. 5개 내부 요인은 금융중개능력, 리스크관리능력, 자본조달금리, 경비효율성과 디지털화 정도이고, 외부 요인은 자국 경제력의 크기와 효율성, 금융에 대한 법적 제한 정도를 들 수 있다. 내부 요인은 기업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고, 외부 요인 중에서 ‘자국 경제력의 크기’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이나, ‘금융에 대한 법적 제한’은 국가가 조절하여 금융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와 같이 비금융기업의 금융업에서의 활약은 대단해 보인다. 은행을 보유한 대형 금융그룹들은 내부에 많은 고객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활용을 못하고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부에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대형 금융그룹들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전망있는 신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금융그룹의 신사업에 대한 소극성이 장부상 자산가치보다도 주식의 시장가치가 훨씬 적은 사태(PBR이 1 이하)를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 배당률도 높고 대표적 가치주인 금융주의 주가가, 현재 수익은 형편없으나 미래성장만 예상되는 성장주의 주가에 매우 밀리는 형국이 되었다. 나아가 가치주를 평가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세계적인 추세이나, 커뮤니케이션과 문서 저장 수단의 발달로 기업들은 옛날보다 훨씬 많은 기관으로부터 통제와 간섭을 받고 있다. 주요한 통제 기관은 소속 정부부처, 환경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국회, 지방자치단체를 우선 들 수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신경써야 할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투자 의사결정 시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 요소를 고려한다는, 소위 ESG경영이 이에 해당된다.

통제와 규제의 증가는 대처하는 인력을 늘려야 하므로 인건비를 증가시켜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정부에서 최근 보다 정교해진 회계감사 수준을 요구하여 이에 맞추다 보니, 기업의 감사비용은 대폭 증가하고 내부의 회계 인력도 증가시켜야 한다. 이는 결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개인들도 규제의 정교화로 힘들어지고 있다. 매년 제출해야 하는 소득세 신고가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곳곳에 속도제한과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어서 잠깐만 부주의하게 지나면 교통위반자가 된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도 복잡해진 신고 내용과 양도세 규정 때문에 자세히 따지지 않으면 세금폭탄과 벌금을 나중에 부과받게 된다. 바쁘고, 몰라서 빠뜨린 일인데, 선량한 시민도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홈코노미와 디지털 전환 트렌드가 빠르게 심화됨에 따라, 규제와 지원도 새로운 차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전에는 없는 뉴노멀이 아니라 새로운 비정상인 뉴애브노멀로 대처해야 하고, 일부에서는 패러노멀(para-normal;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이란 낯선 용어를 꺼내가며 대응책을 주문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정부 조달품 관리의 큰 원칙이었던 재고비용을 최소화하자는 ‘적시관리’에서 탈피해 ‘비상사태관리’와 ‘공급사슬의 다양화’라는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규제를 줄이겠다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얘기하지만 실천은 어려운가 보다. 세간에서는 정부 규제를 줄이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적은 인력으로는 꼭 필요한 일만 해야 하므로, 불필요한 규제는 자연히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적절한 수준의 규제와 지원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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