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르포-아주 동영상] 부산진구청, 공사민원에 '속수무책'...주민들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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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채열, 박신혜 기자
입력 2018-08-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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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진구 지역 120 여 곳에 재건축, 재개발 등 공사로 몸살 중

                                                [영상 편집-박신혜 기자]
-범내골 '물구덩이' 위에 고층 오피스텔 공사 강행...인근 상인 등 붕괴우려로 불안의 나날 보내
-부산 진구청 "지속적인 안전진단 등으로 관리감독 철저히 하겠다. 민원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


부산 지역의 곳곳에는 재개발, 재정비 사업 등으로 소음, 분진, 등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진구 지역은 재개발, 재건축 공사가 12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전 지역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관할청인 부산진구청은 각종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시공사와 민원인들간의 법적 민사 소송 사안이라며, 협의만 유도할 뿐 별 다른 대책이 없다며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해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부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공사현장 모습.[사진=민원인 제보]


실제, 부산진구 범내골 춘해병원 인근에 있는 40년 전통의 돼지갈비집 맛집인 '골목집'과 약국, 카페 등 인근 상인들이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공사로 인해 지반침하, 건물붕괴 등 우려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민원인 A씨에 따르면 "우리 집 2m 앞에 대형 건물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골목은 균열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 집도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고, 심지어 집안은 기울어져 공이 굴러 갈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5년 전 시공사인 P건설사가 이 지역에 부지를 매입하면서 15층, 20층 규모의 대형 오피스텔을 신축하기 시작했다. 5년 전 해당 건설사에서 공사를 한다고 해서, 별 다른 일이 생기겠느냐 하는 마음으로 공사와 관련해 동의서를 작성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공사가 진행되자, 집안이 균열됐고, 지반도 침하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보자의 집과 1m의 거리를 두고, 공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공사를 위해 설치해 둔 비계(일명 '아시바')를 통해 3층 가정집에 도둑이 들어 2천만원 상당의 결혼 예물, 패물 등을 훔쳐가는 도난 사건까지 발생했다.

A씨의 신고로 통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비계를 통해 도둑이 든 만큼 건설사는 200만원을 피해 보상비로 지급했고, 균열이 된 곳은 페인트칠로 하자 보수를 하고, 균열이 심했던 정문은 섀시로 보강하는 등 건설회사는 하자 보수 공사를 실시했고, A씨도 더 이상의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사 현장 인근 골목 도로에서 균열이 일어나고(좌측 상단 사진),  인근 상가 입구문이 닫히지 않고(상단 우측), 집안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으며(좌측 하단 사진), 터파기 공사 후 시멘트 작업 후 인근 지하에 시멘트 물이 흘러 넘치는 등(우측 하단 사진) 공사로 인해 피해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민원인들은 호소했다.[사진=민원인 제공]


그러나 올해 5월부터 P건설사가 골목집 앞에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터에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공사를 시작하면서 또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골목집과 불과 2-4m거리다.

민원인 A씨는 "몇 년 전에 공사로 인해 피해가 심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지금은 공사에 대해 동의를 할 수 없는 사항이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약국, 카페 등 상가들에게도 공사 진행으로 인해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금 공사를 하고 있는 위치가 40년 전에 냇가가 있었던 곳이었고, 우물터였다. 결국 '물구덩이' 위에 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건축한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이 5년전 보다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균열된 집이고 위험한 상태에서 또 다시 공사를 한다고 하니 집이 무너질까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고 있다. 최근에 이 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범내골은 범천(凡川)이라는 하천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오래전부터 이 일대를 부르는 지명으로 불린 곳이다. 그만큼 물이 많다는 뜻이다. 이곳을 복개한 곳인 만큼 지반 침하 우려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부산의 모 대학 교수는 "낙동강 주변과 바다를 육지로 만든 매립지역은 지반이 약해 싱크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도심 속 싱크 홀 사고는 지표 아래 지하수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뒤 토압(土壓·쌓인 흙이 누르는 힘)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바다를 매립한 서면~범내골 구간과 범일동~부산역 구간 등은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터파기 공사 중에 공사현장 전체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사진=민원인 제보]


실제, 공사 착공 시 약 180cm정도의 지하 터파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사 현장 전체에 물이 솟아 오르른 모습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사진참조)

그 모습을 본 민원인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골목집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약국 건물까지 균열이 일어나고,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기울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또 다른 민원인 B씨가 피해 현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민원인 C씨에 따르면 P건설사가 지하 터파기을 마치고, 시멘트로 지반을 덮는 과정에서 인근 카페 지하에 '시멘트 물'이 흘러넘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원인들이 시공사 측에 공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공사는 중단할 수 없다. 공사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하자 보수 공사를 해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돌아왔다는 게 민원인들의 설명이다.

또한 민원인들이 관할청인 부산진구청을 찾아 민원을 계속 제기했지만, 대책방안에 대해서는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민원인 중 한명이 구청 온라인 민원창구에 피해사항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뒤늦게 담당 공무원과 감리, 그리고 시공사 관계자가 현장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점검 후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집이 붕괴될 우려는 없다. 시공사 측과 협의해서 해결하시길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민원인들은 담당 공무원의 답변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민원인 B씨는 "처음에는 공사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집 주위에 균열도 발생하고, 문이 잘 안 닫히기 시작했다. 또한 새벽 5시부터 공사를 시작해 소음, 먼지 등으로 인해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20층이 들어선다는데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민원인 C씨는 "지하에 시멘트 물이 가득 차 있다는 말을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안전에 관한 진단을 요청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후, 민원과 관련해 취재가 시작되었고, 더불어 민원인들이 마지막 심정으로 구청장 면담을 요청하자, 구청장 비설실장 등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을 재방문, 점검했다. 2차 점검 때는 '붕괴우려가 없다'고 했던 1차 점검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부산 진구청 최재호 비서실장은 "현장 점검 결과 지반 침하와 더불어 쏠림 현상이 발견됐다. 그리고 지반 침하에 대해서는 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며, "안전 진단을 실시해서 피해 원인을 찾을 예정이다. 또한 소음 민원에 대해서도 소음계로 지속적으로 측정해서, 문제가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과태료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현재 부산진구에 120여 건에 달하는 재건축, 재정비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부족하지만, 이번에 구청장이 '주민 소통'과 '주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민원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무원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공사를 중단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다만, 지속적인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가 발생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때로는 준공검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이 최대한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법적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지하안전에 관한 특별법 등 지하안전영향 평가 등 대안 마련 시급 
-부산시 진구청, 민원해결 결정 방법에 관심 쏠려


그러나, 지하를 안전하게 개발하고 이용하기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지반침하로 인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지하안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지하안전법 3조 1항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반침하 예방 및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제10조(지하개발사업자 및 지하시설물관리자의 안전관리)' 2항에는 지하시설물관리자는 소관 지하시설물의 관리부실로 인한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하시설물 및 주변 지반에 대한 안전점검 및 유지관리규정(이하 "안전관리규정"이라 한다)을 정하여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3항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 또는 안전관리규정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변경명령을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4항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건설업자와 주택건설등록업자 또는 지하시설물관리자가 각각 안전관리계획과 안전관리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제14조에 따르면 도시의 개발사업, 산업입지 및 산업단지의 조성사업 등 지하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20조 2항에는 지하개발사업자는 사후지하안전영향조사에 관한 조사서(이하 "사후지하안전영향조사서")와 지하안전을 위하여 조치가 필요한 사실 및 조치 내용을 국토교통부장관 및 승인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제21조 2항에는 지하개발사업자는 사업계획 등을 시행할 때에 사업계획 등에 반영된 협의 내용을 이행하여야 한다. 승인기관의 장은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지하개발사업자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하며,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지하개발사업자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명하여야 한다.

특히 3항에는 승인기관의 장은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지하개발사업자가 제2항에 따른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해당 사업이 지하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공사 중지명령을 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규명하고 있다.

또한 34조 4항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안전관리 실태점검 결과 지반침하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해당 지하시설물관리자 및 해당 토지의 소유자·점유자에게 통보하여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야 하며, 해당 지하시설물관리자에게 제35조제1항에 따른 지반침하위험도평가의 실시를 명할 수 있다.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지하안전영향평가 등을 어길 경우 정도에 따라 2천만의 과태료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양벌이 구형될 수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민원인이 제기한 사진으로는 정확한 사항을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나 1m80cm의 터파기 공사에서 저 정도 물이 나올 정도면, 우선 지하안전법에 의해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 볼 필요성이 있다. 지하안전위원회와 함께 협의해 보는 것도 구청이 이번에 발생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소음과 비산먼지 발생 방지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원인들과 협의를 위해서 합의 조건을 서면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또한 공사에 대한 민원인들의 우려가 있어, 건물 균열기, 기울기 경사계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공사 중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하자보수, 보상 등을 할 예정이며, 민원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사하지역의 '기우뚱 빌라'가 전국적 이슈가 되었고,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인근 지역의 피해가 심각했다. '기우뚱 빌라'의 부실시공 여부 등과 관련해, 낙동강 유역의 연약지반에 위 빌라가 건축되었음에도 지반보강 등 공사를 실시하지 않고, 또한 인근 신축 터파기 공사장이 지하수 차단 등 주변건물에 대한 안전대책을 제대로 이행치 않은 혐의 등으로 시공관계자와 공무원 등 6명이 입건됐다.

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번 공사는 내년 6-7월께 완공이 될 예정이다. 민원인들이 구청에 요구하는 점도 바로, '선안전, 후공사'에 대한 안전 보장이다. '기우뚱 빌라'와 같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관할구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시공사의 안전 공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또한 관할청인 부산진구청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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