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우진 서울투자운용 대표 "리츠 통해 강북·강남 균형 개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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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1-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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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리츠가 리츠 활성화 위해 선도적인 역할해야"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투자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김우진 서울투자운용 초대 대표이사는 공공리츠가 리츠를 활성화시키는데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공공리츠는 리츠(REITs) 활성화에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뒤엔 서울리츠로부터 시작된 ‘한국형 리츠’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국에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투자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김우진 초대 대표이사는 리츠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공공리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투자운용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추진하는 리츠 사업의 투자와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된 자산관리회사(AMC)다. 100억원의 자본금 가운데 SH공사가 약 3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우리은행(15%) △한화손해보험(15%) △신한은행(9.95%)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뒤 서울리츠 3호까지 운영하고 있다.

서울투자운용의 주요 사업은 ‘서울리츠’다. 서울리츠가 서울투자운용에 임대주택의 자산 관리·운영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민간 리츠와 구조가 같지만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 “소비자 우선 생각하는 공공리츠”···사회주택 리츠로 또 다른 도전

김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형 리츠’의 핵심은 ‘공공성’이다. 현재 서울투자운용은 △서울리츠 1호(은평·양천구) △서울리츠 2호(서대문·강북·성북·종로구) △서울리츠 3호(마포·노원·중랑·성동·송파·강남·강서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AMC는 투자자를 위해서 존재한다. 수익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금리가 올라가면 임대료를 인상해 투자자의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며 “하지만 서울투자운용은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소비자를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리츠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70% 임대료에 공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리츠 1호의 임대료가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SH공사가 토지주이기 때문이다. 즉, 땅값을 안 들이고 아파트를 지은 것”이라며 “임대주택의 공익성은 ‘세입자에게 값싼 집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기업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려면 영구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부채 비율도 늘어난다”며 “리츠라는 수단을 이용해 저렴한 값에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공기업의 부채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투자운용은 서울리츠 외에도 지난 달 국토교통부에 ‘사회주택 위탁관리 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하며 사회주택리츠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주택리츠의 기본 구조는 서울리츠와 같지만 관리 주체가 SH공사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되는 것”이라며 “참여 주체가 다양하다는 측면에서 한층 진일보된 공공리츠”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면 예술가들을 모아 임대주택에 들어가거나 병원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동네 단위’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주택리츠를 통해 도시의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아직 국내에선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걱정되는 면이 있다”며 “지원을 통해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성과 환금성 낮은 국내 리츠···상장요건 개선돼야”

김 대표는 공공리츠를 ‘개발 이익의 일반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대형 건설사가 홀로 토지를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진행했다”며 “리츠는 일반인의 돈을 모아서 투자한 뒤 배당한다는 측면에서 개발 이익 독식에서 분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까지 부동산 사업이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리츠는 그 이익을 더 넓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동산투자회사법(리츠법)을 개정하는 등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는 이를 ‘환금(換金)성’과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투자의 기본은 수익성, 안정성, 환금성 세 가지다. 현재 리츠는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안정성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공공리츠가 나서서 리츠가 안정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환금성이다. 그는 “투자자가 돈을 넣어놓고 필요할 때 찾지 못하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며 “과거 유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겪었기 때문에 상장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건이 더 개선돼 주식 시장에 상장되면 환금성이 좋아질 것이고, 기금과 공기업이 투자한 공공리츠가 활성화되면 일반인들도 안심하게 될 것”이라며 “요건 개선 문제는 공공리츠가 스폰서 기능을 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도시재생에 공공리츠 적용···강북과 강남 묶은 상품으로 균형 발전 가능”

앞으로 리츠는 도시의 균형 발전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면 아파트뿐 아니라 창고·기숙사·물류시설 등 다양한 곳에 리츠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쪼개서 분양하고 파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장사가 잘 되는 부분만 개발하고, 수익이 나는데 오래 걸리는 시설에는 투자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롯폰기 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의 경우 매각이 아닌 임대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상가 구성을 바꾼다”며 “그렇게 주변 지역을 함께 발전시키면서 도시가 살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강남부터 잠실에 이르는 마이스(MICE)단지처럼 수익이 장기간에 거쳐 실현되는 곳에 공공리츠가 들어가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공공리츠를 도시재생에 적용해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SH공사는 공기업법에 의해 개별 사업에 대해서만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리츠는 두 개의 상품을 교차 지원할 수 있다”며 “강북과 강남지역을 하나로 묶은 리츠 상품을 통해 서울을 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강남에만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강북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며 “중국과 브라질 주식을 묶은 브릭스(BRICs) 펀드처럼 리츠도 하나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막연하게 정부의 자금에 기대서는 도시재생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며 “리츠 상품은 도시재생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투자운용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서울리츠 5호까지 기획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공간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도봉구 창동 환승주차장 부지 일대를 문화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도시재생 리츠를 기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주거지뿐 아니라 산업재생으로까지 도시재생이 확대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회사를 만들기엔 부담스러운 경기도 지역의 공사에서 관리를 맡아줄 수 있는지 물어오고 있다”며 “십년 뒤엔 외국에서 한국형 리츠를 배우러 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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