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 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황해(黃海) 두고 마주 보는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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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 · 단국대 교수
입력 2017-08-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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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 · 단국대 교수]



[한중수교 25주년]

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황해(黃海) 두고 마주 보는 한중관계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전쟁 이후 다시 중공(중국 공산당 정부)과 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중국민항기가 납치되어 한국에 착륙하면서부터였다.
한국 국민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한 1910년 이후 중국대륙에서 독립운동을 펼쳐나갔으며, 일제 패망 전까지 중국 각지에서 여러 부류의 단체와 협력해왔었다. 특히, 일제의 1932년 만주 점령과 1937년 중국(북경)에 대한 전면 공격은 중국인들의 항일운동이 우리민족의 독립운동과 연결되는 접점이 됐다. 또 중국의 조차지와 기타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우리 애국지사들의 독립투쟁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양국 국민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동북지역 항일단체 및 국민당 그리고 후에 생겨난 공산당과도 협력하며 우리는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웠고 중국은 국토회복을 위해 일본과 싸웠다.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의 남북한과 대만을 포함한 중국은 근대사에서 맥락을 같이 한 항일정신(독립운동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년이 되었다. 1992년 8월 24일은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수교가 체결된 날이자, 대한민국과 대만이 단교된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을 기점으로 한국전쟁에서 적으로 만났던 중국 공산당 정부를 유일한 중국의 합법적 정부로 받아들이고, 독립운동 기간부터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중화민국 정부와 국교를 단절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황해와 맞닿는 우리의 황해(서해)에는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려 한중관계는 중국 측에서 말하는 “바다 두고 서로 바라보는(隔海相望) 가까운 관계, 우리가 말하는 “산둥성(山東省)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가까운 거리의 관계를 형성하였다.

또한, 한중수교는 우리 기업들의 국제화와 세계경영에 도움이 되었고, 북한과 중국의 경계지역은 우리가 중국지역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한중수교를 통해 보다 가까이서 북한을 이해하며 교류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북한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획득한 것이다. 즉, 한중수교는 냉전시기 얼어붙었던 황해를 해빙시켰고, 우리가 중국을 활용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북한을 이해하며 접근할 수 있는 기회와 한반도와 유라시아대륙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미래기회를 얻은 것이다.

반대로, 중국에 있어 한중수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추진과정에서 1989년 ‘천안문사건’ 처리문제로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개혁·개방정책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등소평의 ‘남순강화’로 그 정책이 재추진되는 시기에 새로운 활력을 얻는 기회가 됐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투자와 개혁·개방정책의 지침서격인 경험과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수교 후 지금까지의 한중무역 총액만 보면 한국의 누적 흑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이 한국을 통해 시장경제를 더욱 쉽게 이해하고 기술과 투자를 받아 여러 영역에서 활용한 것을 생각하면 양국이 서로 주고받은 것은 단순히 정량적 수치로만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한편 한중수교가 있던 25년 전 대만이 한국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중국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한중수교 후의 북한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대외전략을 보면 위협과 타협을 통한 생존능력을 더욱 강화시켜나갔는데,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며 중국에게는 지지와 비판을 반복하며 북중관계의 기본 끈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을 통해 국제 협상력을 강화 할뿐만 아니라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 동북아국제관계의 국가관계의 모순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미중관계 모순과 한중관계의 소강상태는 역으로 북한에게 기회가 되는 부분도 한국과 중국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중수교는 실제적으로 황해를 해빙시킴으로 서로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이익을 얻게 했고, 양국 국민은 서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며, 양국 지도자들은 양국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며 정치와 전략적 상호의존성을 높여나간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한국과 중국이 얻은 이익을 시간적으로 환산하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발전과 성장이라는 터널을 아주 빠른 속도로 빠져나온 것과 같을 것이다. 비록 서로 각자의 역사인식의 차이, 영토인식 따른 국가주권의 차이, 경제적 이익 및 국내정치 환경의 차이에 따라 정부정책과 국민들의 인식이 현실적 공간과 언론 및 SNS상에서 대립은 있었지만, 우리는 이를 서로 발전을 위한 성장통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보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중국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발생한 일제의 중국 침략과 같이 동북아의 힘이 균형이 깨지는 경우 중국은 환난에 직면한다고 믿으며, 신중국 건국 이후에도 이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인민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중국정부와 학자들의 설명이 중국 국내정치와 연관이 되었든 아니면 중국의 새로운 전략이든 이것은 중국의 문제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설치하는 전략자산의 하나인 ‘사드’도 중국입장에서 보면 큰 위협이 되거나 혹은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좋은 소재일지 모른다.

수교 25년에 서로에 애증이 생긴 이웃 나라 한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감정이 사랑과 믿음을 심어야 한다고 본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 그의 말을 들어주고 동감해 주고 그의 마음에 신뢰를 쌓고 나서 자신의 말을 하는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한중관계는 이제 서로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자세로 서로 마음의 얘기를 할 때이지 전략적 대화만을 할 땐 아니라고 본다.

한중수교 25년은 한중수교 30년을 바라보며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황해(黃海)는 한국과 중국이 평화를 유지하며 서로 협력하여 아시아의 지중해로 만들어 동북아가 같이 번영해야 할 공간이다.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많은 하천을 받아준다)라는 말과 같이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 그리고 국민들은 서로 황해를 바라보며 이웃한 국가와 국민들을 바다처럼 받아주어야 한중수교 25주년이 뜻 깊는 역사적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와 중국의 꿈은 한국과 중국의 황해(黃海)의 평화와 발전 그리고 남북한의 평화와 교류라는 비전과 맞닿으며 동방의 횃불로 타올라야 한다고 본다. 현안의 문제인 사드는 황해에 묻어두고 서로의 마음에 사랑의 숲을 심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이 양국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중수교 25주년, 북경 건국로 숙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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