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행위에 본질적 의문을 던지다…'불확정성의 원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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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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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개최

  • 왈리드 라드, 호 추 니엔 등 급부상중인 현대미술 작가들 참여

왈리드 라드, '아홉 번째 판에 부치는 서문: 마르완 카삽-바시'(2017)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하나를 측정하는 동안 다른 하나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는 이 같은 명제를 바탕으로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안했다.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 당시 '결정론'을 받아들이고 있던 많은 과학자가 이 원리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측정하고자 하는 입자 자체의 물리적 성질에 주목하고자 한 하이젠베르크의 시도는 그를 '새로운 원자물리학의 시조'로 불리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오는 10월 9일까지 서울관에서 하이젠베르크의 이론과 같은 이름의 전시 '불확정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Uncertainty)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역사적 사실, 자신의 기억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본질적 의문을 던지고, 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왈리드 라드, 호 추 니엔, 권하윤, 재커리 폼왈트 등 네 명으로, 현재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급부상한다. 이들은 각자의 기억과 재료들을 재가공하면서 작업의 과정에서 거쳐 가는 불확실한 세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권하윤, '새(鳥) 여인'(2017)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라드는 레바논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 레바논 내전의 복잡하고 불확실한 역사적 실상을 허구적 서사와 아카이브로 담아내는 진행형 프로젝트로 주목받는다. 그는 수장고에 남겨졌을 법한 액자의 뒷면을 전시장 벽면에 걸어 놓음으로써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신작을 완성했다.

동남아시아 출신의 대표적 미디어 작가인 니엔은 지난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싱가포르관 단독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동남아 식민지 시대 종교 등의 역사·철학적 주제를 기반으로 그 내면의 모순과 모호함을 탐구하는 영상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2011년부터 지속해온 '동남아시아 비평 사전' 시리즈로 '동남아시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권하윤은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신예이다. 현대미술 잡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2017년 미래에 주목할 만한 작가 12명'에 포함되기도 한 그는 개인 또는 집단적 기억의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리얼리티와 픽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가상현실(VR)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또 가상현실이 현대미술의 예술적 맥락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미학적 담론도 제기한다.
 

호 추 니엔, '더 네임'(2015)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국 출신의 미디어 작가로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폼왈트는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남긴 샌프란시스코 풍경사진(파노라마)의 제작시기가 세계 최초의 ‘법인’이 탄생한 시기와 같음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펼쳐져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편 오는 7월부터 서울관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우리는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라드), '여기 어딘가에'(니엔), '489년'(권하윤), '이미지의 자본론'(폼왈트) 등 참여 작가들의 주요 영상작업 15편이 전시와 연계해 특별 상영되며, 작가들과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 강연 등의 프로그램들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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