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기고> 제2의 징비록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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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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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자유총연맹 민주시민대학 교수 김영찬

[사진=한국자유총연맹 민주시민대학 교수 김영찬]

'징비(懲毖)'란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그것을 징계해서 훗날 환난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에서 따왔다. 징비록은 7년에 걸친 참혹한 전쟁을 기록하면서 무자비한 일본의 만행을 성토하는 한편, 그런 비극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지적한다. "유성룡 징비록(懲毖錄)의 통찰은… 적개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교훈을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정에서 군사나 병무를 아는 유일한 존재는 유성룡이었다. 유성룡은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전쟁 후유증을 회복하고 침략 받지 않는 나라로 재건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가 고민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 화기(火器)와 병법(兵法) 도입과, 직업 군인제창설, 무역 통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 애썼다. 왜군 포로에게 조총 제조법을 익혔고, 명나라에서 신형 대포나 독화살 제조법도 배우려 했으나 잘 가르쳐 주질 않아 애를 먹었다.

지금 한반도 주변 상황과도 소름 돋을 정도로 흡사하지 않은가?

징비록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 대비 측면에서 쓰여졌으나, 이 정신은 계승되지 못했다. 전쟁 당시에는 병사는 고사하고 군량 보급 인력조차 부족하자 "나라가 망하면 노비가 다 무슨 소용이냐"면서 노비들을 면천(免賤)해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노비 제도 개혁과 강군(强軍) 양성 논의가 사라졌다. 위기가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자 과거의 기억과 개혁 의지도 같이 소멸 된 것이다. 40여년 뒤 병자호란 발발로 조선은 한 번 더 외세에 의해 굴욕을 맛봐야 했다.

유성룡은 조선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환경이 '복배수적(腹背受敵)', 즉, 배와 등 양쪽에서 적이 몰려오는 처지라고 판단했다. 유성룡은 이를 막기 위해 리더의 능력과 책임감, 비전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징비록의 정신은 역사를 잊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단재 신채호도, 영국 처칠 수상도 그렇게 말했다.

격동하는 한반도 주변 환경 속에서 바깥 세계를 파악하고 외교에 역량을 기울이는 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내부를 통합하고 역량을 육성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보훈처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해 그 업적을 기리고 보상하며 후손들에게 교육하여 국난을 원천 봉쇄하고자 탄생한 필연적 정부조직이다.

여기에 현재 보훈처 소속 나라사랑교육 강사들은 독립유공자 후손, 6·25참전용사부터 월남참전용사 그리고 무려 30년 이상 국가안보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 온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초·중·고 학생들과 성인들 대상으로 교육현장에서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도 묵묵히 자원봉사 하고 있다. 뉴스에는 연일 수백 수천억 원의 부정부패 사건이 보도 될 때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도 제대로 존재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엄습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라사랑교육 강사들은 월남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난민 사태와 60년간 일본 내 어업 허가증을 발급하며 독도를 침탈하려는 시나리오 앞에서는 내 자식 세대가 눈에 밟혀 국가안보 교육현장을 팽겨칠 수 없었다.

이를 테면 첫째, 2011년 28억원에서 2012년 42억원으로 증액되었으나, 2014년년 25억원으로 삭감되는 등 지난 4년간 삭감된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은 큰 반발 없이 희생자 역할을 자처했고 국회에서 국민들의 혈세를 아껴서 더 시급한 사업 때문에 예산 증액이 곤란한 것으로 인식하고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감내했었다.

둘째, 정치편향 의문을 제기 하는데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까지 5년 동안 11,000여회 교육에 300만여 명이 교육을 받았지만 특이 사항은 발생치 않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셋째, 나라사랑교육은 5년 동안 정부예산으로 2,500여 회 교육한 것인데 반해 수요자 측이 강사료를 부담하여 교육한 것이 8,500여 회로 3배 이상 많았던 것을 감안할 때 국민이 원하는 교육이라는 것이 입증 되었다. 다시 말해 나라사랑 교육의 절실함을 국민들도 알고 사비를 털어서라도 교육 시키겠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이다.

국가정책도 소비시대이다. 국민들이 국가정책을 외면하면 그 정책은 퇴출 시켜야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품질 높은 정책은 많은 국민들이 요구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의 힘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고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으로 팔굉일우를 외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군사, 영토, 해양, 금융, 화폐굴기 정책으로 미국, 일본과 맞서고 있고, 러시아 역시 국민 지지도 98%의 푸틴은 동해 해상에 전투기와 초계기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체제는 연일 제4핵실험을 천명하고 나섰다. 한반도가 백여 년 전 갑신정변 시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가 연일 연출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라사랑 강사들은 후손들에 대한 교육내용과 방법에 새로운 과제연구에 몰입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수 년을 자원봉사하고 있는데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동북, 동남아시아의 현실을 미루어 볼 때 강사들의 연구비 지원과 현실 지원에 관심을 갖고 학교현장의 국가안보 지도 한계를 국가보훈처 나라사랑 강사들이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이 세금 내는 목적은 국가가 내생명과 재산을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나라사랑교육, 태극기거리 조성, 호국영웅 선양 등 호국정신 함양 예산증액은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가장 부응하는 예산이라 사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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