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관광객 2000만명 시대, 이제는 얼마나 쓰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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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고 있다. 연간 사상 첫 2000만명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외형만 보면 반가운 성과다. 그러나 방문객이 늘었다고 관광산업의 내실까지 탄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국을 찾았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디에서 무엇을 소비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관광수지 통계는 방한객 증가가 관광수입의 비례적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9월 방한객은 전년 동월보다 21.1% 늘었지만 관광수입 증가율은 16.4%에 그쳤다. 방한객 1인당 관광수입은 오히려 3.9% 줄었다. 관광수지도 7월부터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관광수지에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지출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관광객 증가 속도를 관광수입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짚어볼 대목이다.

그동안 한국 관광정책은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데 집중해 왔다. 비자 발급 문턱을 낮추고 항공 노선을 확대하며 해외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관광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충분히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여행자가 하루라도 더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축제와 공연, 미식, 야간관광 등 지역의 관광자원을 개별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숙박과 교통, 쇼핑을 연계한 체류형 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낮에는 명소를 둘러보고 밤에는 공연을 즐기며, 이튿날에는 인근 도시로 여행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체류가 길어질수록 지역 상권으로 소비가 확산될 여지도 커진다.


지역 간 관광 연계도 중요하다. 여행자 동선에는 행정구역의 경계가 없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항에서 관광지까지,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이동이 불편하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콘텐츠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지자체별로 흩어진 관광상품을 연결하고 교통과 예약·결제 편의를 높여야 한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입국자 수와 증가율뿐 아니라 체류 기간, 1인당 지출액, 지역별 소비 규모와 재방문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한 곳보다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남긴 곳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방한객 2000만명은 의미 있는 이정표다. 그러나 숫자 자체가 관광강국의 경쟁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찾아왔느냐를 넘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깊이 경험하고 소비했느냐를 물어야 한다. 관광의 성패는 입국자 수가 아니라 여행자가 한국에 남긴 소비와 다시 찾고 싶은 경험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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