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 투자 성과 필요한 트럼프…韓·日 협상력 커질까

  • 투자사업 경제성 등 의회 검증 강화 가능성

  • 한-미, 원전·알래스카 LNG 후속 협의 중

  • 사업 지연 땐 금융비용·투자금 회수 부담 커져

미 국회의사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국회의사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투자·통상 정책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강화될 경우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의회가 투자사업의 경제성이나 자금 조달 구조, 정부 지원 등을 들여다볼 경우 이미 발표된 사업 가운데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사업은 추진 일정이나 방식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약속하고 에너지·반도체 등 구체적인 사업을 단계적으로 선정하고 있어 미국의 변화가 사업 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 주도로 투자사업 선정과 자금 운용에 대한 의회의 검증이 강화될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미투자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수익성·인허가·구매계약 등 사업의 구체적인 조건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특히 아직 사업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 의회의 심사 과정에서 검토 기간이 길어지거나 투자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첫 투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 등은 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난 9월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텍사스 가스발전소 사업은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로 미국 텍사스주에 6472㎿(메가와트)급 발전소를 건설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반면 원전 사업은 구체적인 부지와 사업 구조, 건설 일정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알래스카 LNG 사업도 타당성과 국내 절차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융자를 약속한 뒤 투자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천연가스 발전과 원유 수출시설, 산업용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 등을 1차 사업으로 발표했고, 3월에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추가 가스발전 사업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뉴욕주에 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도 발표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발표된 7개 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13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5개 사업에서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민간 금융기관의 협조융자계약이 체결됐다. 융자 승인액은 총 109억6500만 달러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기존 투자 합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5일 일본 정부가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에도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융자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투자 규모 확대나 이행 일정 단축 요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합의한 투자사업의 조기 이행을 요구하거나 투자 규모 확대를 압박할 수 있고, 관세를 다시 한번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성과로 내세워 온 대미투자 약속이 의회의 견제로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갈등이 한국과 일본의 투자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미국 의회의 견제로 사업 추진이 지연된다면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금전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사업 착수 전에도 금융비용과 각종 자문·설계 비용 등이 발생하는 데다, 일정이 늦어질수록 투자금 회수 시점도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나 공공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제 투자사업의 경제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양국 정부가 기존 투자 약속과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법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갈 것이기에 합의된 대미 투자를 최대한 빨리 집행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투자 압박 수위가 강해질수록 우리나라는 투자 사업의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초당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발굴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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