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달 들어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가운데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통신·담배주 12개 종목 모두 코스피보다 낙폭이 작거나 상승했지만 실제 수익을 낸 곳은 KT&G 한 곳뿐이었다. 같은 업종에서도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등 경기방어주라는 이름만으로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23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는 19.07%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6838.04였던 지수는 이달 2일 7003.74까지 올랐지만 이후 급락을 거듭하며 22일 5533.77까지 밀렸다.
경기방어주는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에도 실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기업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통신과 담배업종이 꼽힌다. 통신은 경기가 나빠져도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크게 줄이기 어려워 매달 일정한 요금 수입이 발생한다. 담배 역시 가격이나 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은 상품으로, 불황에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은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경기방어주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광범위한 고객 기반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배당 매력, 대형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 등이 증시 하락기에 상대적인 방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높은 배당수익률은 주가 상승 기대가 낮아진 시기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요소다. 반대로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 은행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이번 하락장에서도 방어 효과는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은행주 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27%, 통신주 3개 종목은 -6.92%였다. 코스피와 비교하면 각각 9.80%포인트, 12.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이다. 반면 국내 대표 담배업체 KT&G는 9.99% 상승하며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주에서는 기업은행이 가장 잘 버텼다. 기업은행은 이달 1~22일 1.73% 하락하는 데 그쳤다. KB금융(-6.28%)과 하나금융지주(-7.77%)도 비교적 낙폭이 작았다.
반면 신한지주는 14.89% 하락해 은행주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BNK금융지주(-12.44%)와 우리금융지주(-10.46%), JB금융지주(-10.31%), iM금융지주(-10.24%)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준 요인으로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13일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지만 향후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통신 3사의 성적도 엇갈렸다. LG유플러스는 0.69% 하락하며 사실상 주가를 지켜낸 반면 KT와 SK텔레콤은 각각 9.08%, 10.98% 떨어졌다. 안정적인 통신요금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같은 통신업종이지만 주가 방어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차이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과 주주환원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통신 3사의 주가 차별화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방식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과 자사주 매입 여부를 지목했다. LG유플러스는 외부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투자 부담을 분산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방어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가장 돋보인 종목은 KT&G였다. 지난달 30일 17만6200원이던 주가는 이달 22일 19만3800원으로 올랐다. 지난 21일에는 장중 19만64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 강세에는 경기방어주 특성에 더해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KT&G는 지난달 3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담배사업 성장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 기간을 7월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로 넓혀도 경기방어주의 상대적인 강세는 확인된다. 해당 기간 코스피는 34.72% 하락했지만 은행주 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19%, 통신주 3개 종목은 -6.95%에 그쳤다. KT&G는 오히려 14.20% 상승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7.76%), JB금융지주(5.24%), 하나금융지주(4.62%), LG유플러스(3.07%) 등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 12개 종목 가운데 5개가 약 4개월간의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다만 경기방어주라고 해서 주가 하락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췄더라도 금리 상승과 투자비용 확대, 개별 기업의 재무 부담 등에 따라 주가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도 은행주와 통신주 상당수가 코스피보다 선방했을 뿐 실제 손실은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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