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 속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은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중동 파견 임직원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 담은 문구다. 이 회장은 닷새 뒤 직접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가 현장을 살피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신사업 기회 모색에 나섰다.
20년 전 UAE 두바이 초고층 빌딩 건설 현장에서 창조경영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했던 이건희 선대회장과 닮은꼴 행보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삼성물산이 현지 건설사 트로잔 제너럴 컨트랙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짓고 있는 1기가와트(GW) 규모 발전소다.
이 회장은 주요 시설을 둘러보며 공사 진행 현황을 확인한 뒤 직원들의 안전·건강과 애로 등을 챙겼다. 20년 전인 2006년 10월 8일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건희 선대회장도 "세계 최고의 빌딩을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추석 연휴도 잊은 채 묵묵히 일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진정한 버팀목이다"이라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상무였던 이 회장도 이 자리에 동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두바이의 발전상을 언급하며 "우리도 각 회사의 미래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창조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의 중동 사업은 빌딩과 정유·가스 플랜트 등 건설 중심에서 원전과 첨단 전력 인프라 등으로 확대돼 왔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AI 등 첨단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UAE가 지난해 오픈AI·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은 기존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UAE원자력공사(ENEC)와 글로벌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E&A도 UAE에서 정유·석유화학과 친환경 메탄올 등 에너지 플랜트 사업을 수행 중이다.
삼성의 중동 사업이 AI 인프라와 첨단 에너지 분야로 얼마나 확대될지는 향후 신규 사업 수주와 투자 성과에 달려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은 중동에서 쌓아온 사업 기반을 새로운 산업 수요와 연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줄곧 중동 경영에 힘을 쏟아 왔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건설 현장을 점검했고 2022년 12월에는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사업장으로 UAE 바라카 원전을 선택했다. 2023년 추석에도 이스라엘 연구개발(R&D)센터와 이집트 생산공장, 사우디아라비아 터널 공사 현장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또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중동 현지 방문 및 방한 기간 중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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