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크루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소설에서 인공지능(AI) 사용 흔적이 발견됐다. 그동안 작가의 결백을 믿었던 출판사는 결국 협력 관계를 끊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출판사 보레알은 아이티 출신 작가 텔리송 오렐리앵(38)의 소설 '그것 아니면 죽음이었다'(C’était ça ou mourir) 집필 과정에서 AI가 사용된 정황을 확인하고 작가와의 협력 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보레알은 해당 소설의 재인쇄를 중단하고 오렐리앵의 후속 작품도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캐나다로 이주한 오렐리앵은 이민자의 삶을 다룬 이 소설로 프랑스 문학계에서 주목받았다. 작품은 공쿠르상과 페미나상, 르노도상, 메디시스상 등 프랑스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2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도 추진됐다.
이번 결정은 출판사가 작가를 공개적으로 옹호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나왔다. 보레알은 AI 활용 의혹이 불거진 뒤 원고 작업본을 확보해 외부 전문기관에 정밀 분석을 맡겼고, 그 결과 일부 문서의 메타데이터에서 AI 관련 표식이 발견됐다. 메타데이터는 문서의 작성·수정 이력 등 파일에 담긴 부가정보를 말한다.
다만 소설의 어느 부분에 AI가 쓰였는지, 실제 집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레알은 AI 활용 범위에 대해 확정적인 답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 점을 결별 이유로 들었다.
오렐리앵은 그동안 AI를 쓰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전인 2019년에 이미 300쪽 넘는 초고를 완성했으며, 작품의 반복적인 문체는 AI의 특징이 아니라 아이티와 카리브해 지역의 문학적 전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과거 다른 글에서 표절한 사실은 인정했다.
논란은 지난 9월 익명의 엑스(X) 계정이 AI 탐지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분석한 결과 AI가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AI 탐지 도구는 사람이 쓴 글을 AI가 쓴 것으로 잘못 판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논란은 확산했다. 결국 작품은 AI 집필 의혹과 작가의 과거 표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쿠르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 오렐리앵에게 입장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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