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없는데 'AI 제품' 광고하면 위법 소지…공정위, 가이드라인 마련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실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AI가 적용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하거나 AI의 성능을 과장하는 이른바 'AI 워싱'에 대한 판단기준이 마련된다. AI를 활용했더라도 작동 조건이나 성능의 한계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 부당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AI 기술의 활용이 소비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AI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과장하거나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광고가 늘어나는 데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9%가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일반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은 평균 약 21%에 달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AI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게 평가하는 만큼 기술 적용 여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성능을 과장하는 광고가 구매 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부당 광고를 거짓·과장, 기만, 부당한 비교, 비방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기용품과 생활용품, 식품·화장품, 교육·법률·금융 서비스 등 분야별 16개 사례도 담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관련 고시를 개정해 AI 등 신기술 제품의 성능 광고에도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존 실증 의무를 바탕으로 AI가 실제 적용됐는지, 성능을 어느 범위까지 입증할 수 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제한사항을 알려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하는 후속 조치다.

대표적인 사례는 AI 기술이 없는 제품에 AI 기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단순 무게 측정센서와 사전 설정된 분석 기능만 갖춘 고양이 화장실을 AI가 반려동물의 배변 패턴을 학습해 질병을 사전에 진단하는 제품으로 광고하는 경우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더라도 사용 조건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용 앱과 연동해야만 AI 사물인식 기능이 작동하는 로봇청소기를 이러한 조건에 대한 설명 없이 모든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제품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AI로 생성한 가상의 전문가를 실제 인물처럼 소개하거나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 후기·추천 광고 역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객관적인 비교 기준 없이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업체의 기술을 근거 없이 폄하하는 광고도 부당 광고 유형에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은 사업자가 스스로 광고의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8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도 제시했다. AI 기술이 실제 적용됐는지, 외부 기술을 자체 개발한 것처럼 홍보하지 않았는지, 작동 조건과 성능의 한계를 설명했는지, 객관적인 시험 결과로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전문가 토론회와 9월 사업자 간담회를 거쳐 초안을 마련했다. 오는 11월 11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AI 기술의 발전과 관련 심결례 축적 상황 등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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