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사생활을 지키며 함께 사는 복층형 주택부터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까지.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주민들이 직접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고 생활방식에 맞춰 집을 짓고 있다. 조합이 자체 브랜드와 설계 방향을 주도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커먼즈 종암’이다.
지난 1일 서울 성북구 개운산 아래 사무실에서 만난 이원형 조합장은 “조합원들을 한 가구 한 가구를 생각하며 이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집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커먼즈 종암은 종암동 81-188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13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은 노후 단독주택이 밀집했던 곳으로 지난해 9월 착공해 202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시공은 보미건설이 맡았다.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함께 살 집…11개 평면에 담은 다채로운 삶
커먼즈 종암의 설계는 기존 조합원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 조합장은 건축 전공과 설계사무소 근무 경험을 살려 조합원들이 "조합원들을 한 가구 한 가구를 생각하며 이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집을 설계했다"고 말했다.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시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평면을 반복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달리, 커먼즈 종암은 130가구 규모에 11개 주택 유형을 도입한 것이다. 이 조합장은 이를 '다품종 소량생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복층형 주택은 다른 가족 구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한 층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수험생 자녀가 있는 가정은 공부방을 생활공간과 떨어뜨려 배치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간 생활 소음의 영향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이런 복층형 주택은 아파트 외곽에 단독주택 형식으로 1,2층으로 구성하고 배치해 공용 출입문 없이 외부 보행공간에서 개별 현관으로 바로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아파트처럼 공동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단독주택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고령자들이 익숙한 생활방식을 아파트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고려했다.
이 조합장은 이를 통해 특정 조합원을 위해 구상한 평면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주택 유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박람회에서 커먼즈 종암의 주택 유형을 소개했을 때도 기존 아파트에서 보기 어려운 구조에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들이 있었다”며 "일부를 상상하며 집을 설계했는데 보통의 사람들도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개개인의 생활방식을 반영한 설계가 결과적으로 다양한 일반 수요자의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커먼즈 종암은 이웃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도록 설계했다. 단지에는 놀이터와 공유주방, 공유식당, 마을 어린이집, 공유오피스, 텃밭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놀이터와 공유주방을 가까이 배치해 아이들이 놀고 보호자들이 머무는 과정에서 이웃 간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도록 구상했다.
신기수 커먼즈 종암 홍보담당자는 "아파트는 공동주택임에도 각자 주택이 되게 차단된 프라이빗한 공간이 됐다"며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성을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 담당자는 “이러한 시설이 단순히 아파트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주민들이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아파트에서도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커먼즈 종암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을 설계 단계부터 고려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고 설명했다.
패시브 건축·목재 아파트…집을 짓는 비용보다 오래 살아갈 시간을 고민하다
커먼즈 종암은 패시브 건축 기술을 아파트에 적용했으며, 국내 최초 목조아파트도 설계했다. 우선 패시브 건축은 외단열을 비롯해 단열·기밀·환기 성능을 강화하는 패시브 건축 기술을 도입해 장기적인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단열은 건물 구조체 바깥에 단열재를 설치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줄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기밀 시공과 환기설비 등을 함께 적용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조합장은 “기존 전원주택에만 적용되던 패시브 건축 방식을 창호와 환기 등 여러 건축 기술을 종합적으로 아파트에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택에는 목재를 구조재로 활용하는 건축 방식도 도입한다. 조합 측은 실제 시공에 앞서 시험동을 마련하고 내화와 층간소음 등 기술적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건축 방식을 적용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 조합장은 “다양한 평면과 특화 설계에 대응할 설계사와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표준화된 방식보다 복잡한 시공 과정과 공사비 부담도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도 평생 살아갈 집이라는 점에서 초기 건축비뿐 아니라 입주민들이 수십 년간 부담할 냉난방비와 유지관리비까지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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