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아파트에서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잔여 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모집을 반복하고 있다. 소형 주택도 분양가가 7억~8억원대에 이르고 당첨 후 한 달 안에 분양가의 40%를 납부해야 하는 단지도 있다. 청약 단계에서는 신청자가 몰리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분양가와 자금조달 여건, 상품성 등을 다시 따지면서 경쟁률과 완판 여부가 따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등에 따르면 서울 중구 황학동 ‘청계 노르웨이숲’은 전날 전용면적 39㎡ 10가구를 대상으로 13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는 앞선 모집에서도 청약자가 적지 않았다. 지난 12차 무순위에서는 13가구 모집에 149명이 신청해 평균 1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차에서는 13가구에 446명이 몰려 경쟁률이 34.3대 1까지 올랐다. 그러나 잔여 물량이 남으면서 13번째 모집까지 이어졌다.
청계 노르웨이숲은 분양가뿐 아니라 납부 일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공급한 전용 39㎡의 최고 분양가는 7억6112만원이다. 13차 모집공고에 따르면 당첨자는 계약금 10%와 중도금 1~3회차 30%를 계약일부터 30일 이내 납부해야 한다. 분양가의 40%를 한 달 안에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최고 분양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억445만원이다. 중도금 대출이 정해진 기간 안에 실행되지 않거나 예상보다 대출 한도가 적게 나오면 계약자가 직접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난다.
서울 노원구 ‘해링턴플레이스 노원 센트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차 임의공급에서 15가구 모집에 203건이 접수돼 평균 13.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번 3차 임의공급에 13가구가 다시 나왔다.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8억6500만원 수준이다.
서울 강북구 ‘더 리치먼드 미아’도 이달 2차 임의공급에서 16가구를 내놨다. 전용 49㎡ 최고 분양가는 8억200만원이다. 세 단지 모두 비교적 작은 면적이지만 최고 분양가가 7억~8억원대여서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총분양가 부담이 늘면서 청약 실수요자들은 ‘국평’ 청약을 포기하고 소형으로, 자산가는 희소성 높은 대형으로 이중화되는 양극화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집을 거듭하면서 잔여 물량은 줄고 있다. 해링턴플레이스 노원 센트럴은 재공급 물량이 한때 58가구에 달했지만 이후 17가구, 15가구를 거쳐 이번에는 13가구로 감소했다. 더 리치먼드 미아 역시 지난 6월 무순위 공급 당시 98가구였던 물량이 9월 31가구, 이달 16가구로 줄었다.
잔여 물량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계약이 끊긴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뒤에도 재공급이 이어져 청약 경쟁률만으로 완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공급 물량에는 계약 포기 외에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후 해약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상품성도 변수로 꼽힌다. 반복 모집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동·호수가 남았거나 주변 기존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당첨 이후에도 계약을 망설일 수 있다.
해링턴플레이스 노원 센트럴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역세권 신축인 점은 좋지만 상품성을 감안하면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향후 차익이나 가치 상승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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