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토허제②] 풀자니 집값, 묶자니 거래절벽…출구전략은 어디에

  • KDI 분석, 가격 3.95% 낮춘 대신 거래량 31.82% 감소

  • 장기 지정·신규 지정 뒤섞여…일괄 연장보다 차등 적용 필요

  • 전문가 "안정지역은 해제하고 과열지역 선별 유지해야"

사진챗GPT
[사진=챗GPT]

정부가 연말 만료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면서 규제의 출구전략도 과제로 떠올랐다. 규제를 풀면 대기 수요가 몰리며 집값을 자극할 수 있지만 그대로 연장하면 거래 위축과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 제한이 이어진다. 전면 연장과 일괄 해제를 반복하기보다 지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강도를 조정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확대된 토허제 지정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토허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본다”며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토허제는 가격 억제 효과와 거래 위축을 동시에 가져왔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2020년 삼성·청담·대치·잠실동 지정 효과를 분석한 결과 규제지역 매매가격은 비교지역보다 약 3.95% 낮게 형성된 반면 거래량은 31.8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효과도 시간이 지나며 달라졌다. 거래 감소는 지정 초기 3~4개월에 집중된 뒤 완화됐고, 가격 억제 효과도 2022년 하반기부터 약해졌다. 장기 지정지역을 분석한 다른 연구에서도 최초 지정과 첫 연장기에 뚜렷했던 가격 억제 효과가 이후 연장기에는 크게 줄었다.
 
규제지역 밖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문제도 있다. 인근 지역 가격은 비교지역보다 3.04% 높은 반면 거래량은 9.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규제를 연장할 때 주변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규제를 언제 풀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2023년 서울시의 재지정 검토 당시 삼성동과 대치동은 지가와 거래량 등을 활용한 정량평가에서는 ‘안정’으로 분류됐지만 개발사업에 따른 투기 우려가 남았다는 이유로 정성평가에서는 ‘불안정’ 판정을 받아 규제가 유지됐다.
 
가격과 거래가 안정돼도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라면 언제까지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사업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시장이 안정되면 일부 해제가 가능한지 구체적인 종료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지역마다 규제 기간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청담·대치·잠실동은 2020년부터 여러 차례 연장과 조정을 거친 반면 지난해 신규 지정된 지역은 규제 적용 기간이 1년 남짓이다. 장기 지정지역과 신규 지정지역을 같은 기준으로 일괄 연장하기보다 최근 가격과 거래 상황, 개발사업 등을 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광범위한 지정이 장기화되면 실수요자의 거래와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시장이 안정된 지역은 해제를 검토하고 과열이 지속되는 지역은 유지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토허제를 과열지역에 한정한 한시적 수단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정과 해제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자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인 중저가·실수요 지역부터 규제를 조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6억원 이하 주택 밀집 지역은 토허구역을 일부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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