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교수 "'서울대 10개' 아닌 '서울대 4개'로 변질…단발성 사업 넘어 특별법 제정 시급"

  • 부산·전남·충남대 3곳만 우선 선정…"거점국립대 내 서열화·지역 역차별 초래"

  • 예산 증액분, 목표의 15% 그쳐…"청와대·교육부 내 대학 전문가 부재 혼란 가중"

  • 정권 바뀌면 사라질 '교육부 사업' 한계…"단일법인·공동입시 담은 특별법 만들어야"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백두산 기자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백두산 기자]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본궤도에 올랐지만, 정작 이 담론을 최초로 제안하고 이론적 기틀을 다진 원안 설계자로부터 뼈아픈 경고가 나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공론화를 이끌어 온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근본적인 궤도 수정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자신이 당초 제안했던 국가 균형 발전과 입시 병목 해소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관료적·정치적 타협 속에 오히려 거점국립대 내부의 새로운 서열화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폐기될 수 있는 단기적인 ‘예산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재정 투입과 거버넌스 혁신을 법적으로 담보할 ‘서울대 10개 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개 대학 선별 지원이 부른 ‘서울대 4개 만들기’ 논란…“연내 전체 로드맵 제시해야”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는 심각한 ‘지위권력과 창조권력의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2025년 대학평가 기준 상위 20개 대학이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고, 국내 1000대 기업의 86%와 반도체 생산액의 80.7%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추락도 뼈아프다. 2025년 세계대학랭킹(ARWU)에서 중국이 세계 100위권에 15개, 200위권에 30개 대학을 진입시키는 동안 한국은 100위권 1개교(서울대), 200위권 3개교(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를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러한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출범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난 9월 1일 교육부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등 3개 거점국립대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선정된 3개 대학에는 5년간 총 3500억원(연 700억원)이 집중 투입되는 반면, 나머지 6개 거점국립대는 배제됐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컬대학 평가 등 학문적 탁월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던 경북대와 전북대가 탈락하면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경쟁 선발 방식에 대해 “9개 거점국립대 중 3곳만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것은 거점국립대 내부를 또다시 서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국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서울대와 3개 선정 대학을 합친 ‘서울대 4개’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뒤늦게 올해 3곳에 이어 2027년 3곳, 2028년 3곳을 순차 선정하겠다는 이른바 ‘3-6-9 전략’을 내놓았지만,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이 불투명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확실한 로드맵 없이 정책이 추진되면서 대구·경북, 경남, 전북, 충북, 강원, 제주 등 탈락 지역의 역차별 논란과 소외감만 깊어지고 있다”며 “교육부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늦어도 2026년 안에 전체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배제된 6개 거점국립대를 최대한 신속히 추가 지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규모와 정책 컨트롤타워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2024년 결산 기준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2540만원으로, 서울대(6300만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대통령 공약대로 이를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연간 약 3조 9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2026년 교육부가 순증 편성한 예산은 당초 목표의 15% 수준인 4778억원에 머물렀다.
 
김 교수는 “정책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육부 내에 대학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전무하다 보니 대통령에게 정확한 조언을 하지 못하고 정책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학 전문가 집단을 영입해 컨트롤타워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정교한 실행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조물’ 한계 갇힌 국립대…“‘사업화’에서 ‘제도화’로 전환할 특별법 제정해야”
​​​​​​​김 교수는 현재 정부 정책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법적 기반의 부재’를 꼽았다. 서울대는 2012년 제정된 ‘서울대 특별법’을 통해 독립된 법인격을 부여받아 조직·인사·재정상의 폭넓은 자율성과 총액 교부 방식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보장받고 있다. 반면, ‘거점국립대’는 법률상 규정된 지위가 없는 데다 행정법상 교육부 소속의 일반 행정기관(영조물)으로 묶여 있어 교원 정원 배정부터 예산 집행까지 관료적 통제에 종속되어 있다.
 
재정 구조의 격차는 산학협력단과 발전기금 회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결산 기준 서울대의 산학협력단 운영수익은 9961억 원에 달하는 반면, 거점국립대 평균은 2052억 원에 그쳤다.
 
발전기금 세입 역시 서울대가 4151억 원을 기록할 때 거점국립대 평균은 약 20분의 1 수준인 204억 6000만 원에 머물렀다. 특히 서울대가 발전기금 중 연구지원비로만 502억 원을 재투자하는 동안, 거점국립대는 평균 4억 9000만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쳐 연구 인프라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타개하려면 단기적인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방식을 버리고 입법을 통한 ‘제도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교육부가 추진했던 CK사업, 프라임사업, LINC사업 등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모두 자취를 감췄다”며 “현재처럼 법률적 근거 없이 교육부 ‘사업’ 형태로 진행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역시 현 정권이 끝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향후 2년 내에 ‘사업화’에서 ‘제도화’로 전환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 대안으로 거론하는 ‘국립대학법’과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국립대학법은 거점국립대뿐만 아니라 국가중심대학, 교육대학 등 전국 39개 모든 국립대학을 포괄하기 때문에 거점국립대에 서울대와 동등한 법적 지위와 집중적인 재정 투자를 보장할 수 없다”며 “교육지옥 해체와 국가 균형 발전, 부동산 공화국 완화라는 구체적인 국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의 ‘서울대 10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UC 체제 벤치마킹한 단일법인·공동입시 제안…“상징 자본 독점 깨야”
김 교수가 구상하는 ‘서울대 10개 특별법’의 핵심 모델은 미국의 대표적인 공공 고등교육 성공 사례인 ‘캘리포니아 대학(UC) 체제’다. 1960년 고등교육 마스터플랜과 도나호법(Donahoe Act)을 통해 법적 기반을 다진 UC 체제는 버클리, UCLA, 샌디에이고 등 10개 캠퍼스를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동반 육성해 총 7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실리콘밸리 등 지역 혁신 생태계를 견인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역시 특별법을 통해 서울대와 9개 거점국립대를 아우르는 ‘단일법인(대학통합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개별 캠퍼스 총장 선출 방식과 대학 자치는 존중하되, 중앙 부처 차관급 인사와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20~25명 규모의 ‘통합 이사회’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두어 국가 차원의 재원 배분과 권역별 특성화 조정을 총괄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아울러 총교원 수가 UC 체제(2만 61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내 10개 거점국립대(1만 2064명)의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 대학당 1000명씩 총 1만 명의 전임교원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고착화된 학벌 사회와 입시 병목을 깨기 위한 파격적인 대안으로 ‘대학 명칭 통일’과 ‘공동 입학 관리 체제’ 도입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학위라는 ‘상징 자본’을 얻는 학생은 전체 학령인구의 0.5%에 불과해 극단적인 지위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UC 체제가 학령인구의 18.5%에게 학위를 부여해 독점을 완화한 것처럼, 거점국립대들이 ‘서울대-지역명(예: 서울대-부산, 서울대-전남)’ 형태로 브랜드를 공유해 상징 자본의 희소성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즉각적인 서울대 명칭 공유에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거점국립대에 ‘한국대-지역명’이라는 통합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행 고등교육법 제34조를 개정하거나 특별법에 특례를 두어, 10개 대학이 단일 시스템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공동 입학 시스템(지연 승낙 알고리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단일법인화를 통해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자율성과 예산을 부여하는 대신, 주정부와 다년간 행정협약을 맺고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UC 사례처럼 엄격한 성과 평가와 투명한 내·외부 통제 장치를 결합해 고등교육의 자율성과 공적 책무성의 균형을 완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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