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시철도 1호선이 또 하나의 변수를 만났다. 사업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 끝에 설계와 차량 제작 절차를 다시 가동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핵심 시설인 차량기지 입지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울산시는 19일 당초 태화강역 광장에 계획했던 트램 1호선 차량기지를 1호선 노선상 다른 부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설계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 고압 천연가스 배관 이설과 연약지반 개량에 각각 약 24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차량기지 공사까지 포함하면 최소 72개월이 소요돼 현재 전체 공사기간 45개월보다 27개월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태화강역 부지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배관 이설비와 장기간 공사에 따른 물가상승·간접비 등을 포함해 공사비도 3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울산시는 추산했다.
울산 트램 1호선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85㎞ 구간에 정거장 15곳을 설치하는 총사업비 3814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울산시는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해왔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차량기지 이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소배관과 시유지, 행정절차 측면에서 최적지로 판단했던 태화강역 광장에서 왜 공사기간과 사업비를 크게 늘리는 요인이 실시설계 단계에서 구체화됐는지, 대체부지로 옮길 경우 새 비용과 운영계획은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다시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7월 트램 논쟁이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사업을 재개한 상태에서 차량기지 변경이 전체 사업의 비용과 일정, 운영계획, 나아가 사업 지속 여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태화강역 광장은 차량기지 입지로 여러 장점을 갖춘 곳으로 평가됐다.
울산시는 수소전기트램 운행에 필요한 수소배관이 인근 산업로에 이미 구축돼 있고, 부지 전체가 시유지여서 토지보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주요 장점으로 꼽았다. 도시계획시설인 교통광장으로 지정돼 있어 관련 행정절차를 줄일 수 있고 평지라는 점도 사업비와 공사기간을 줄이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태화강역 광장 2만3595㎡에는 종합관리동과 검수고, 세척고, 수소충전소, 변전실 등을 갖춘 차량기지가 계획됐으며 사업비는 383억원 규모로 잡혔다.
하지만 한신공영이 설계 과정에서 지장물과 지반 상태를 조사한 결과 예정부지 아래를 지나는 관경 762㎜, 길이 357m의 고압 천연가스 배관을 옮기는 데 약 24개월이 필요하고, 매립토사층과 점성토·퇴적층으로 이뤄진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데도 약 2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배관 이설비만 58억원으로 조사됐다.
핵심은 고압가스관과 연약지반의 존재 자체보다, 이들 조건이 공사기간과 사업비에 미칠 영향을 기본계획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 조사하고 반영했느냐다.
울산 트램 1호선은 2023년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했고, 2025년 2월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은 뒤 올해 설계·시공 절차가 본격화됐다. 기본계획 단계에서도 차량기지 위치와 사업계획이 검토됐던 만큼, 입지의 장점뿐 아니라 지하 지장물과 지반 조건에 대한 검토 수준도 향후 확인할 부분이다.
울산시가 제시한 '300억원 이상 증가'라는 숫자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금액은 차량기지를 태화강역 광장에 그대로 건설할 경우 예상되는 배관 이설비와 물가상승·간접비 등을 합한 규모다. 즉 차량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300억원을 그대로 절감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대체부지 이전에 300억원이 추가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대체부지가 결정되면 새로운 비용 산정이 필요하다. 기존 태화강역 광장은 전부 시유지여서 토지보상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대체부지에 사유지가 포함되면 보상비가 발생할 수 있고 부지 여건에 따라 토목공사와 설계변경, 도시계획 절차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울산시는 대체부지 보상은 발주처가 맡고 설계와 시공은 기존 입찰자가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대체부지 선정 이후 토지보상비와 부지조성비, 설계변경 비용 등을 포함한 새 사업비를 산정해야 전체 사업비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현재 울산 트램 1호선 총사업비는 3814억원이다. 차량기지 이전이 이 범위 안에서 흡수될 수 있을지, 추가적인 사업비 조정이 필요한지는 대체부지 선정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차량기지가 이전되더라도 수소충전소는 태화강역 광장에 남는다. 기존 산업로의 수소배관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당초에는 차량기지 안에 종합관리동과 검수·세척시설, 주박시설과 수소충전소가 함께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사업계획이 변경되면 차량 관리·주박 기능과 충전 기능이 공간적으로 분리된다.
울산시는 1호선에 전차선 없이 운행하는 수소전기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차량 9대를 투입하고 태화강역~신복교차로 구간을 운행하는 기본계획이 승인돼 있다.
차량기지와 충전소가 분리되면 실제 충전·주박·검수 동선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대체부지 위치에 따라 공차 이동거리나 차량 운영계획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체부지 선정 과정에서는 공사기간뿐 아니라 실제 운영 효율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창현 울산시 교통국장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대체부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호선 노선상에서 공사기간 내 건설이 가능한 차량기지 최적지를 선정해 다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차량기지 문제는 올해 트램 사업이 겪은 또 하나의 큰 변곡점이다.
민선 9기 출범 직후 김상욱 울산시장은 사업비 증가와 운영 적자, 공사기간 중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트램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울산시는 지난 7월 사업 절차를 일시 중지하고 계약 해지와 사업 중단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을 별도의 손실 부담 없이 종료할 법적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우선시공분 공사와 차량 제작, 설계·시공 절차를 다시 가동했다.
다만 공사 재개가 곧 사업의 최종 정상 추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는 본공사 착공 전까지 시민 공론화와 법률 검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트램 사업을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업무보고에서도 교통국에는 본공사에 대비한 교통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한편, 정책기획관실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사업 중단이 가능한 법적 권한이나 방법을 착공 전까지 계속 검토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기지 이전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울산시는 기존 태화강역 부지를 사용할 경우 공사기간과 사업비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대체부지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부지 선정과 보상, 사업계획 변경, 설계변경 등의 절차는 새로 밟아야 한다.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지연배상 책임 등에 대해서도 법률 자문이 진행 중이다. 대체부지 선정 과정에서 추가 사업비와 공사기간, 운영동선 변화가 구체화되면 이는 울산시가 계속 진행 중인 트램 사업 재검토에도 새로운 판단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태화강역 차량기지 이전은 시설 한 곳의 위치를 바꾸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공사가 재개됐지만 사업 중단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차량기지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과 공사기간, 운영계획 변화가 앞으로 트램 사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변수로 더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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