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바다와 산에서 난 식재료, 그리고 실향과 이주의 세월이 깃든 역사가 해외 셰프들의 시각을 거쳐 새로운 요리로 선보였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이사장 이병선 속초시장)은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속초시 일원에서 속초×스페인 음식문화 교류 워크숍 'ONE-BITE'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속초 음식문화의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지속적인 국제 교류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리 창작 단체 '폰도(FONDO)'를 비롯한 해외 셰프들과 속초의 청년 셰프, 지역 생산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폰도는 지역의 문화와 식재료를 토대로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고,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치는 단체다. 음식을 먹고 즐기는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한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어이자 창작의 재료로 바라보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속초의 자연환경과 식재료는 물론, 한국전쟁 이후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이 이 땅에 뿌리내린 이주의 역사를 함께 살피며 지역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탐구했다. 한 접시의 음식이 어떤 땅과 사람, 시간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짚어보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참가자들은 속초시립박물관과 아바이마을, 오징어 할복장 등 지역의 역사·문화 공간을 차례로 둘러봤다. 속초의 근현대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이들 공간에서 해외 셰프들은 이 지역 음식이 어떤 삶의 맥락 속에서 자리 잡았는지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산나물과 함경도식 젓갈 등 속초의 음식문화를 직접 맛보는 시간도 이어졌다. 북쪽 고향의 맛을 간직한 채 정착한 실향민의 손맛과, 설악산과 동해를 끼고 있는 지역의 풍부한 산물이 어우러진 속초만의 식문화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됐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직접 살펴보며 지역 청년 셰프, 생산자와 음식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료를 길러내고 잡아 올리는 이들과 이를 요리로 풀어내는 이들이 서로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국경을 넘어선 대화가 이뤄졌다.
워크숍의 중심에는 '한 입으로 경험하는 속초'라는 주제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창작 요리를 만들고, 이를 담아내는 식탁 연출까지 선보였다. 지역에서 찾은 재료에 해외 셰프들의 조리 방식과 예술적 해석이 더해지면서, 익숙했던 속초의 맛이 낯설고도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됐다.
작은 한 입 안에 속초의 바다와 산,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응축하는 시도는 지역 음식문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는 평가다. 속초의 청년 셰프들에게는 자신들이 늘 접해온 식재료와 문화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이병선 이사장은 17일 저녁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스페인의 창의적인 요리 실험과 속초의 역사·문화 자산을 잇는 이번 교류의 의미를 전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속초의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함께 탐구하는 국제 교류를 이어가겠다"며 "향후 조성될 속초컬리너리센터를 거점으로 중장기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해 속초 음식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ONE~BITE'는 지역의 음식을 문화와 역사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이를 국제 교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향민의 삶이 녹아 있는 음식, 바다와 산이 내어준 식재료, 그리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는 해외 셰프들의 시선이 만나 속초 음식문화가 지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속초컬리너리센터가 문을 열고 후속 교류가 본격화되면, 속초가 음식문화를 매개로 한 국제 교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속초문화관광재단은 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성과와 참가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교류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향을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