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규의 AI Pick] 美·中 AI 성능 3% 격차의 본질과 '초정보화 국가' 한국의 G3 전략

  • 초고도화된 정보화 사회, 양이 아닌 질의 데이터 경제로 고품질 응용 생태계 개척 필요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엔비디아, AMD를 비롯해 AI 칩셋을 선점하고 이를 무기화해 인프라를 장악한 미국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의 효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 얘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등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중국 최고 AI 모델과 미국 최고 AI 모델간의 벤치마크 점수 격차가 3% 이내(81.1점 대 83.4점)로 줄어들었다. 연초 15%, 상반기 9% 수준이던 단순 성능 지표 격차가 더 좁혀졌다. 추세대로라면 내년께 중국 AI 모델이 미국 AI 모델과 엇비슷한 성능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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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선두 AI 모델 간 가격 및 성능 격차 (Artificial Analysis : Second Talent 기준)

 

숫자 경쟁 벤치마크와 경제성의 사이

단순히 3%라는 숫자로 중국이 미국을 다 따라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이브벤치 기준 점수 차는 2.8%에 불과하지만,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수(v4.3)에서는 미국(53.4점)과 중국(44.9점)의 격차는 여전히 약 16%에 달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산하 CAISI의 전문가급 해킹 과제 수행력 역시 미국 모델이 71%의 성공율을 보인 반면 중국 모델은 32%의 성공율을 기록했다. 두 배 이상의 성능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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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I Index 주요 국가 역량 지수 및 특징 (Tortoise Media 기준)



사람의 선호 투표나 쉬운 평가에서는 차이가 작다. 하지만 복잡한 추론과 사이버 보안 공격 같은 고난도 영역에서는 여전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 벤치마크를 비롯해 다양한 평가를 도입할 경우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 반년 이상 뒤쳐져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경쟁의 양상이다. 미국이 한발 떼면 중국은 다섯 걸음 뛴다. 미국이 뛰기 시작하면 중국은 전력 질주에 나선다. 여전히 격차는 있지만 두 나라의 거리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국은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중국은 기존에 확보한 엔비디아 H800 등 구형 칩셋들로 AI 모델을 학습시켜왔다. 자체 개발 노력도 있었다. 화웨이 어센드 950 PR/DT 등 자국산 칩을 적극 도입한 것이 좋은 예다. 부족한 연산 능력은 물량으로 메웠다. 칩 효율이 떨이지더라도 수천 개를 묶고 풍부한 전력을 투입해 최신 모델과 엇비슷한 연산력을 구현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의 AI 칩셋 플랫폼인 CUDA를 벗어났다. 전 세계 AI 업체들이 엔비디아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엔비디아 없는 자신만의 인프라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AI 약진의 배경에는 가격 파괴와 오픈소스 생태계 확산이 있다. 미국은 GPT 계열, 클로드 등 고성능 폐쇄형 모델을 출력 100만 토큰당 25~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은 GLM-5.3(4.40달러), DeepSeek V4.1 Flash(1.20달러) 등 10분의 1 이하 가격에 판다. AI에 위임하는 모든 작업이 고도의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모델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AI 중개 플랫폼인 오픈라우터(OpenRouter) 상위 10개 모델 중 6개를 중국계 모델이 차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딥시크의 주간 요청 점유율은 21.8%에 달한다. 구글과 오픈AI를 제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중국 AI 산업이 2030년까지 흑자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지만, 공짜에 가까운 보조금 전략으로 전 세계 사용자와 데이터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 인프라도 데이터도 부족하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NVIDIA, AMD), 초거대 컴퓨팅 데이터센터, 글로벌 빅테크의 자본력이라는 '초첨단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수급 제약 속에서도 14억 인구와 국가 주도 데이터 수집 기반에서 터져 나오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오픈소스 생태계로 추격한다.

한국은 인프라와 데이터의 두 축 모두에서 두 공룡의 절대적 체급을 따라가기 어렵다. 미국식 수조 원대 GPU 클러스터 구축 경쟁에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자본과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고, 중국식 대규모 데이터 수집 구조나 단일 대규모 언어 인구 기반에 비하면 절대적인 데이터의 '양'도 열세일 수밖에 없다. 단순 체급으로 미·중과 동일선상에서 부딪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AI 경쟁의 패러다임이 기초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의 응용 및 최적화(Fine-tuning)'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가진 경쟁력이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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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한 AI 생태계 핵심 역량 비교 (Fidelity International 분석 기준)



한국은 가구당 인터넷 접속률 99.97%, 만 3세 이상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 94.5%, 스마트폰 보급률 97% 이상을 기록하는 대표적 초고도 정보화 국가다. 단순히 망만 깔려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스마트폰과 PC 기반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하다.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 경험률 역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제조, 금융, 의료, 교육, 공공 행정 등 전 산업 및 사회 시스템 역시 높은 수준으로 디지털화되어 있다. 고품질·고밀도의 '실생활 민간 데이터'가 끊임없이 생성된다. 중국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양적인 방대함'이라면, 한국의 데이터는 정교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대중이 생성하는 '고품질 최적화 데이터'다. 정밀한 필드 테스트와 산업별 특화 AI 이식에 있어 한국보다 우수한 테스트베드는 전 세계에 드물다.

챗GPT와 클로드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전국민 무료 AI 서비스 추진을 위한 '모두의 AI'가 불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경쟁력들을 종합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민간의 활력에 더해 국가 차원의 결단력 있는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AI 활용 격차가 경제·사회적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내 전 국민 대상 무료 AI 서비스인 '모두의 AI'를 보급할 계획이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건강·교육·금융·세무 등 일상과 산업 밀착형 복지·행정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이 AI를 일상 도구로 체화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정책적 기반이 되며, 국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AI 응용 생태계'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AI 3대 강국(G3)을 향한 전략적 도약

한민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안착하기 위한 길은 미·중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품질 디지털 인프라'와 '세계 최고의 사용자 민첩성'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독자적 AI 모델을 구축하되 1대 1 성능 싸움에 매몰되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제조·의료·금융·공공 데이터와 결합한 '특화형 AI' 및 '피지컬 AI'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 1위 제조 역량을 갖춘 HBM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맞춤형 소버린 AI 서비스를 융합하는 '슈퍼 을'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모두의 AI' 정책을 통해 전 국민이 AI를 유연하게 다루는 초고도 AI 활용 인구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수년이 지난 뒤에도 미국은 여전히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양적 데이터를 쏟아부으며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상황을 이어갈 것이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인프라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최적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독보적인 현장 응용력과 디지털 수용성을 무기 삼아 고품질 응용 생태계를 개척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전쟁의 거센 풍랑 속에서도 당당히 '글로벌 AI 3대 강국'의 기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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