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이후 주식병합과 감자 등 주식·자본구조 조정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 이후 위험기업의 대응 현황과 평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부실기업 장기 잔류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월 상장폐지 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됐고 주가 1000원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전주' 요건도 신설됐다.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1주당 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주가 1000원 미만 요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 변경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병합 관련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안 연구원에 따르면 코스닥 주식병합 결정 관련 공시 기업은 과거 연간 10여개사 수준이었지만 올해 9월 4일 현재 220개사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15개사의 약 14.7배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 주식병합 결정 기업은 59개사로, 코스닥에서 관련 움직임이 특히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자 결정 기업도 증가했다.
코스닥 감자 결정 기업은 2022년 23개사에서 올해 9월 4일 현재 65개사로 늘었다. 이미 지난해 전체보다 21개사(47.7%) 많은 수준이다.
감자는 결손보전을 통한 자본잠식 개선뿐 아니라 주식 수를 줄여 단위 주가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액면병합 변경상장을 실시한 기업도 올해 9월 4일 기준 코스닥에서 158개사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48개사였다.
다만 주식병합이나 감자 등이 모두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른 대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조치가 상장폐지 대응 외에도 다양한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화된 시가총액·주가 기준이 적용된 지난 7월 이후 9월 4일까지 관련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기업은 60개사였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 사유가 포함된 기업은 38개사(63.3%),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사유가 포함된 기업은 30개사(50.0%)였다. 두 요건에 모두 해당한 기업은 8개사였다.
이들 60개사 가운데 27개사(45.0%)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유상증자나 액면병합, 감자, 자기주식 취득 등 하나 이상의 사후 대응에 나섰다.
대응 유형별로는 유상증자가 13개사로 가장 많았고 주식병합 10개사, 주식소각 3개사, 자기주식 취득 3개사, 합병 결정 2개사, 무상증자 1개사 순이었다. 이 가운데 5개사는 복수의 대응 수단을 병행했다.
주식병합을 통한 대응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됐다.
안 연구원이 올해 2월 12일 상장폐지 개혁방안 발표 이후 9월 4일까지 액면병합 변경상장을 실시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변경상장 직후에는 158개사 가운데 154개사(97.5%)가 주가 1천원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변경상장 후 20거래일이 지난 시점에는 관측 가능한 124개사 가운데 17개사(13.7%)가 다시 주가 1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변경상장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 중위값도 5거래일 후 -8.2%, 20거래일 후 -24.2%, 60거래일 후 -25.4%로 하락했다. 20거래일 후에는 16개사가 새로운 액면가를 다시 밑돌았다.
안 연구원은 액면병합에 따른 단위 주가 상승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사례가 존재해 주식병합만으로 저가주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화된 시장가격 요건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가운데 재무·영업 기초여건이 양호한 기업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재무자료 확인이 가능한 관리종목 지정기업 59개사 가운데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웃돌아 자본잠식이 나타나지 않은 기업은 52개사(88.1%)였다.
이 가운데 자본잠식이 없으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모두 흑자인 기업은 11개사(18.6%)였다. 이 중 7개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했다.
이에 안 연구원은 "이는 시가총액과 주가 등 시장가격과 기업의 실제 재무·영업 여건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 1월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과 기업계 의견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내년 7월로 6개월 유예했다.
안 연구원은 "시장가격 요건에는 미달하더라도 재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기업이 일부 확인되는 만큼 정부의 보완 조치와 더불어 현행 200억원 기준의 적용 결과와 실제 퇴출 기업의 특성을 점검하고 추가 기준 상향이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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