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환송중재에서 다시 패소했다. 영국 법원에서 기존 중재판정 일부를 취소시킨 지 7개월 만에 원 중재와 같은 규모의 배상 판정을 받았다.
법무부는 1일 엘리엇 ISDS 사건 환송중재 판정부가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한국 시각) 정부에 약 4849만달러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원 중재를 맡았던 중재인 3명으로 구성된 판정부는 2015년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개입한 행위와 엘리엇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상원금은 원 중재와 동일하며, 지연이자 등이 더해져 실제 부담액은 이보다 커진다.
이번 환송중재의 핵심은 정부의 합병 개입이 엘리엇의 손해로 이어졌는지였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정부 행위로 볼 수 있는지와 별개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개입한 데 따른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된 것이다.
사건은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이 2018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을 유도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가 아니어서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며 같은 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영국 1심 법원은 2024년 8월 정부의 소송을 각하했으나, 지난해 7월 항소법원이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1심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영국 고등법원은 올해 2월 23일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다만 청와대·보건복지부의 개입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와의 인과관계, 그에 따른 배상 범위를 중재판정부가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배상 책임에 대한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사건을 돌려받은 중재판정부는 재심리 끝에 정부 개입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기존과 같은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관계 부처,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본건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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