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부당특약 사전 선별"… 전문건설업체 73.6% '부당특약 경험'

  • 건정연 "AI 위험등급 분류 후 공정위 조사 연계 필요"

그래픽아주경제
전문건설업체 73.6%가 ‘부당특약'을 경험하자 AI로 이를 사전 선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건설 하도급계약에서 비용과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떠넘기는 부당특약을 인공지능(AI)으로 사전에 선별하는 심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연간 11만 건이 넘는 하도급계약을 사람이 일일이 심사하기 어려운 만큼 계약문서를 AI로 분석해 위험도가 높은 계약을 먼저 가려내자는 취지다.

2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가통계포털 기준 연평균 약 11만6000건의 하도급계약이 체결된다. 계약 한 건당 표지와 본문, 특약서와 내역서 등을 합하면 30~50장에 달해 현행 인력 중심 심사만으로 부당특약을 모두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당특약은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 이익을 제한하거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계약조건을 말한다. 현장에서는 현장설명서와 특수조건, 약정서와 합의서 및 각서 등 다양한 형태로 설정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022년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부당특약 설정 비율이 73.6%에 달했다. 부당특약 유형별 비중은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비용 전가 13.7%, 추가작업 비용 전가 12.7%, 공기 연장 비용 전가 10.8% 순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심결에서는 준공검사 전부터 하자보수 관련 유보금을 설정하거나 산업재해 발생 시 보상비와 제경비를 수급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도록 한 계약조건 등이 부당특약으로 판단됐다. 원사업자가 기성 하도급대금 일부 지급을 유보하는 약정을 둔 사례는 수급사업자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인정됐다.

부당특약에 대한 법적 제재는 강화되고 있다. 하도급법은 2013년 부당특약 금지 규정을 신설했고 작년 4월부터는 일부 부당특약 민사상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래 단절 우려와 입증 부담 때문에 수급사업자가 신고하기 어렵고 단속 역시 대부분 사후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AI를 활용한 사전 심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하도급계약서와 특수조건, 현장설명서와 추가약정 등을 전자적으로 수집한 뒤 AI가 비용 전가와 책임 전가 및 권리 제한 같은 의심 조항을 찾아내고 위험도를 상·중·하로 분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위험 계약으로 분류된 경우 공정위가 계약 내용과 당사자 소명 등을 추가로 검토해 실제 조사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며 "AI가 위법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조사 대상을 좁히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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