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판 흔드는 AI] K-바이오, 자체 개발 플랫폼 구축 '열풍'… 전문인력·데이터 확보 '숙제'

  • 중외·대웅·동아, 전용 시스템 가동

  • 한미, AI플랫폼 HARP-pSAR 활용

  • 비만신약 물질 빅파마 3.2조 계약도

  • 정부 주도 'K-폴드', 산업계 활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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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공동연구에 나서고 있다.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자체 데이터와 연구 역량을 결합해 신약 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AI를 다룰 전문 인력과 양질의 연구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기업은 많지 않아 국내 업계의 AI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자체 AI 플랫폼 'HARP-pSAR'을 활용해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설계했다. HM17321은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량은 유지·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AI가 단백질 구조의 미세한 변화에 따른 약리 효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설계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적은 실험 데이터만으로도 초고속 스크리닝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HM17321'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제약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JW중외제약은 기존 약물 탐색 시스템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약 400개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와 4만5000여 개의 화합물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25~50% 이상 단축한다는 목표다.

회사는 자체 보유한 세포주와 오가노이드, 질환 동물 모델, 합성화합물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8억종에 달하는 화합물 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구축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7월 IT 계열사 디에이아이(DAI), 동아에스티와 함께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 'AIDDP'를 구축했다. AIDDP는 신규 화합물 설계, 후보물질과 표적 단백질간 결합력 예측, 분자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관리 등을 하나의 환경에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 외에도 SK바이오팜은 지난 6월 중국 인실리코 메디슨과 중추신경계(CNS) 신경면역 분야 신약 후보물질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인실리코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중추신경계 및 신경면역 질환과 관련된 3개 표적(타깃)을 대상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연구·개발과 허가, 상업화 성과에 따라 최대 25억7250만 달러(약 3조 5800억원)에 달한다.

AI 신약개발 전문기업들의 플랫폼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케미버스'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온코크로스는 '랩터AI'를 기반으로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대규모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갤럭스는 단백질·항체 설계 기술을 앞세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AI 플랫폼 구축 발표와 도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인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AI 전문기업, 학계·연구기관 관계자 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1%는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약개발 부서에 AI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다는 응답은 67.3%에 달했다.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실제 연구에 적용할 사람은 부족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AI 플랫폼을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AI 신약개발 관계자는 "질환별로 정리된 양질의 실험·임상 데이터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진, AI의 결과를 실제 후보물질로 연결하는 조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플랫폼 보유 여부보다 데이터 축적량과 임상 전환 실적이 기업 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바이오 AI 모델이 등장해 주목된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물론 약물 후보물질이 단백질의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까지 예측하는 'K-폴드(K-Fold)'다. 특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산하 AI신약연구원을 통해 'K-폴드'의 산업계 활용 확산에 나섰다는 계획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K-폴드 개발은 해외 바이오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구자들의 AI 활용 진입장벽을 낮추고 신약 후보물질 탐색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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