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순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둘러싼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정부 방침을 먼저 확정하기보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구체적인 협의 후 지원 방식과 범위를 좁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두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만나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양자회담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으로, 호르무즈 문제를 놓고 양국 외교 수장이 직접 입장을 주고받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조 장관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요소를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적 협력에는 참여하되 우리 국민의 안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조 장관은 우리 정부의 검토 상황과 국내 여론을 설명하는 한편 미국이 원하는 기여의 형태와 수준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력과 장비, 기술 지원 가운데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요구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정부 방침을 정할 경우 선택지와 협상 여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체 관련 논의도 지속해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호르무즈 문제를 한미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항행과 에너지 수급, 현지 국민 안전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희가 국제사회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여’”라며 “안정을 회복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협의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 장관은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가급적 조속히 추진하는 방향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국익에 반하거나 우리 입장과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초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NSC 상임위는 순연됐다. 청와대는 순연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조 장관이 자리를 비운 데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임박한 만큼, 미국 측과의 협의 결과까지 종합해 판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장비 등 비전투·방어 전력을 제한적으로 보내거나 장비·기술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병력 대신 한국이 강점을 지닌 조선·플랜트 분야에서 전후 재건과 복구를 지원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투자 협상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변수다. 조 장관은 대미투자 1호 사업의 국회 보고가 미뤄진 데 대해 “한미 간 이견이라기보다 국내 절차적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8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거친 뒤 호르무즈 기여안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조 장관은 워싱턴 일정을 마친 뒤 19일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 고위급 인사 및 각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조율한다. 장관급 협의에서 풀지 못한 현안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추가적인 조율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