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흑자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유예 '탈출구'를 열어주기로 한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 중 43개사가 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상장유지 조건 중 시가총액 200억원에 미달되더라도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상장이 허용된다. 다만 시장에선 코넥스 시장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이전상장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강화된 상폐요건 중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기업 가운데 일정 재무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한해 퇴로를 열어준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퇴출 대신 코넥스 이전상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흑자기업인데도 주가 부진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을 선별하자는 취지다.
'상폐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최근 3개연도 중 2개연도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이거나 △최근 3개연도 중 1개연도 영업이익이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인 곳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 97곳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장사는 43곳(44.3%)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으로는 패션플랫폼, 디젠스, 윙입푸드, 한탑, 에스앤더블류, 웹스, 우진비앤지, 이노진, 티엔엔터테인먼트, PN풍년, 오아, 케이피티유, 핑거스토리 등이 있다. 2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도 상당수다. 헝셩그룹, 삼보산업은 2023~2024년, 뉴보텍과 위세아이텍은 2024~2025년 흑자를 기록했다. 케이지에이, 비스토스, 카티스, 휴맥스홀딩스는 2023~2024년, 에스지헬스케어, 대동금속, 에스에스알, 엔피케이는 각각 2023년과 2025년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업계에선 시가총액만으로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의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들이 향할 코넥스의 상황이다. 상장폐지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퇴로는 마련됐지만 정작 코넥스의 거래 기능과 자금조달 기능이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코넥스 상장기업은 109개사, 시가총액은 3조3929억원에 그쳤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억8000만원 수준이다. 올해 8월 말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2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감소했다.
거래도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다. 7월 코넥스 거래대금 1위인 SK시그넷의 월간 거래대금은 155억1000만원으로 전체 시장 거래대금의 절반을 넘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진코스텍, 파마리서치바이오, 라피치까지 상위 5개 종목의 거래대금을 합치면 224억8000만원으로 전체 월간 거래대금의 약 80%에 달했다. 성장 사다리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2021년 13곳에서 2022년 6곳, 2023년 7곳, 2024년과 2025년 각각 4곳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결국 정부가 코넥스를 상장폐지 기업의 새로운 퇴로로 제시했지만 출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코넥스 시장 여건에서는 상장폐지 기업이 굳이 코넥스로 이전하더라도 실질적인 거래와 자금조달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넥스의 유동성과 투자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별도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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