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무엇 얻고 잃나…"동맹 강화 기대 속 보복 우려"

  • 외교·안보 전문가 3인 진단…동맹·에너지 안보 도움, 국민·장병 안전은 과제

  • "원자력협정 개정·전작권 전환 등 구체적 약속 필요"…정부 대응 방식엔 이견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아주경제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아주경제]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현실화하면 한미 관계 개선과 에너지 수송로 보호,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우리 군의 안전 문제, 국내 여론 분열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꼽혔다.
 
아주경제는 7일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 외교·안보 전문가 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기대 효과와 위험 요인을 짚었다.
 
세 전문가는 파병의 목적과 방식,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정부의 대응 시기와 대안을 놓고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가장 직접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한미 관계 개선이다.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기여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완화하고, 양국 간 협상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라크 파병 사례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기여를 동맹 관리와 한반도 현안에 대한 발언권 확대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 교수는 “파병이 한미 관계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이 양국 관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기여에 상응하는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미국의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관계 개선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파병만으로 양국 간 현안을 즉각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살펴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를 줄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파병을 검토하는 데 이러한 우려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 북한 문제에서도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를 넓히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도 한국의 기여가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협의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파병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참여나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도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파병 문제를 미국·이란과의 관계에만 한정하지 말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자 원전·방산 분야의 주요 협력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역내 안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걸프 국가들에 한국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면 향후 방산 수출 등 경제 협력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 수석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이미 걸프국가에 대한 지원에 나선 점을 들어 한국의 대응은 한 발 늦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꼽혔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중동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민 교수는 전쟁에 연루될 위험과 함께 우리 국민과 군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이란의 위협을 과거 이라크 파병과 구별되는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이란 외교 당국과의 소통만으로는 군사적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파병의 목적이 비전투 임무와 자유 항행 보호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파병 여부뿐 아니라 임무와 지원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 교수는 전투병을 파견하기 보다 초계기·군수지원함 등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영국·프랑스 등과 국제 공조의 틀 안에 참여해 이란의 집중 포화를 피하고 파병의 명분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란에도 한국의 참여 목적과 범위를 지속적으로 설명해 오판과 충돌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을 설득할 수단 중 무기 지원, 청해부대 활용 등 여러 선택지를 함께 우선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로서 호르무즈 파병의 시기와 방법이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불만 표출 이후 정부 입장이 급변하는 듯한 모습이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수석연구위원도 국제사회와 함께 기여할 기회를 놓쳤고, 대응도 늦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 교수는 정부가 군의 안전 등을 고려해 개입을 최소화하려 했던 만큼, 일찍 지원했더라면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제한적인 지원에 먼저 나섰더라도 미국의 추가 요구나 이란의 반발이 없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정치적 부담도 남는다. 민 교수는 파병 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국민에게 목적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전 중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정부의 판단과 안전 대책을 둘러싼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과 함께 명확한 임무 범위 설정, 장병 보호 대책이 파병 판단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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