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레 100일] 자연사 수순 밟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창대한 시작, 초라한 결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

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사실상 자연사 수순에 들어갔다. 반도체 랠리를 타고 투자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렸지만 변동성을 유발한 '주범'이란 낙인이 찍히면서 투자 열풍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수익률도 급감하고, 거래도 절벽으로 내몰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이하 단종레) 출시 10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종레는 지난 5월 27일 전격적으로 허용됐다. 지수가 아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구조에 투자자 관심이 뜨거웠다. 출시 보름 만에 16개 상품 시가총액이 두 배로 늘어날 정도였다. 

단종레 16종 순자산총액(AUM)도 급증했다. 지난 6월 22일 16조195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거둔 기록이다. 거래대금도 출시 첫날인 5월 27일 10조41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6월 22일에는 19조4429억원까지 치솟았다. 하루 거래대금만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열풍은 두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40%를 오르고 내리는 극심한 변동을 보인 탓에 '왝더독'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에 반도체주가 7월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단종레의 시세 변동도 극심해졌다. 실제로 단종레의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6월 22일부터 지난 4일까지 각각 27.7%, 43.6% 급락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이후 단종레 열기는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정부가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 이후인 7월 31일 거래대금은 3조1518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4일에는 498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출시일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AUM도 내리막을 탔다. 지난 4일 기준 단종레 16종의 AUM은 6조2178억원으로 고점 대비 61.7% 감소했다.
  
수익률도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4일 기준 16개 상품 상장 이후 평균 수익률은 -57.61%에 달했다.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8개 상품의 손실률은 평균 -50%대였고,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8개 상품은 모두 -55%를 밑돌았다. 가장 손실이 컸던 상품은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로 수익률이 -68.67%까지 떨어졌다. 인버스 상품 역시 손실을 면하지 못했다.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55.12%,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48.92%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단종레는 투자자 접근이 극히 제한된 상태다. 3000만원을 기본예탁금으로 내야 하고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도 이수해야 한다. 이르면 이달부터 거래 단위도 기존 1주에서 20주로 확대된다. 자금력이 없는 개인은 투자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종레 관련 규제 방향이 과거 ELW 시장 건전화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LW 시장은 각종 규제 끝에 사실상 명맥만 유지되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 자체를 없애기보다 투자 문턱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ELW 규제와 매우 유사하다"며 "규제가 누적될수록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규모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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