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은 버려진 건가요?"…'서울대 10개'·'의대 신설' 탈락에 거센 후폭풍

  • 부산·전남·충남 3곳만 700억 패키지 지원…명단서 빠진 6개 국립대 "명백한 차별" 반발

  • 지역 의료 살릴 '국립의대 신설'도 지자체 간 치열한 유치전 탓에 '진흙탕 싸움' 변질 우려

  • 탈락 지역 박탈감에 정치권 개입까지 겹쳐…거센 역풍 맞은 정부 정책 '진퇴양난'

교육부는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부산대학교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는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부산대학교,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야심 차게 꺼내든 ‘서울대 10개 만들기(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와 ‘국립의대 신설’ 카드가 거센 암초에 부딪혀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천문학적인 예산과 지역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 만큼, 첫 단추인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불이익을 우려한 대학과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칫 지역을 살리겠다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 지역 간 편 가르기와 정치 싸움으로 번져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교육계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1일 부산대·전남대·충남대 3곳을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 대학으로 우선 선정하자 명단에 들지 못한 나머지 6개 거점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전북대, 제주대, 충북대)와 해당 지역사회가 일제히 유감을 표명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각 지역의 최대 숙원 사업인 ‘국립의대 신설’ 문제 역시 지역 내 치열한 유치전으로 파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지역은 소멸하란 말이냐"…탈락 대학들의 허탈감
이번 ‘서울대 10개 만들기’ 선정 결과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다. 선정된 3개 대학은 당장 올해만 학교당 약 700억 원, 내년부터는 800억 원 수준의 파격적인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첨단 단과대학을 세우고 AI 거점으로 도약하게 된다. 반면,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6개 대학은 수백억 원의 지원 격차를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탈락한 6개 거점국립대 총장을 비롯한 9개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모든 거점국립대를 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공동 건의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국가균형성장을 실현하려면 9개 거점국립대가 모두 각 지역의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며 2027년부터는 나머지 6곳을 포함해 9개 거점국립대 모두를 지원하는 로드맵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탈락한 지역의 시민단체와 지자체, 정치권 또한 "정부가 나서서 거점국립대 사이에도 1등과 2등 계급을 나누고 있다"며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특정 지역에만 특혜를 주어 지역 간 격차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의대 신설, 내 편 아니면 적?…과열된 '진흙탕 유치전'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 새로운 의과대학을 세워주는 '국립의대 신설' 정책도 산 넘어 산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도시에 의대를 세울지를 두고 지자체끼리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 지역들에서는 하나의 도(道) 안에서도 "우리 시에 의대가 들어와야 한다"며 시장과 국회의원, 시민들이 똘똘 뭉쳐 삭발식과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해 있다. 심지어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정부나 도청을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곳도 적지 않다.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자는 훌륭한 취지가 도리어 지역 주민들 사이를 갈라놓는 불씨가 된 셈이다.
 
꼬여버린 실타래…정치권 가세에 정부 대응 '고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이달 7일부터 내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마당에 정책을 둘러싼 신뢰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의 개입이다. 탈락한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힘을 합쳐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걸거나 예산 재분배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엄격한 심사 기준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둘러 갈등을 봉합할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객관적인 심사도 중요하지만, 정책에서 소외된 지역 학생들과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명확한 추가 지원 계획과 구제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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