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여러 마리를 부리에 문 팔색조 한 마리가 국립생태원 숲속을 오갔다.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행동일 가능성에 주목한 연구진은 둥지를 쫓는 대신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7월 중순, 카메라에 어린 팔색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원내 산림지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팔색조가 번식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번식의 첫 단서는 지난 6월 말 발견됐다. 연구진이 관찰한 팔색조 성조는 지렁이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물고 이동하고 있었다. 지렁이는 팔색조가 새끼에게 주로 먹이는 먹이로, 이러한 모습은 인근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팔색조 둥지는 숲속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데다 사람이 둥지를 찾아 접근할 경우 번식 중인 개체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 연구진은 둥지를 직접 수색하는 대신 팔색조의 행동과 습성을 조사에 활용했다.
팔색조가 물을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관찰 지점에 물을 담은 얕은 용기를 놓고, 주변에 카메라 트랩을 설치했다. 카메라 트랩은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진과 영상을 자동 촬영하는 무인 센서 카메라다.
기다림 끝에 7월 중순 둥지를 떠난 어린 팔색조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립생태원은 앞서 관찰한 성조의 먹이 운반 행동과 어린 개체의 출현을 종합해 팔색조가 원내 산림에서 번식에 성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는 둥지 위치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야생조류의 행동과 생태적 습성을 이용해 번식 여부를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사 과정에서 번식 개체가 받을 수 있는 방해도 최소화했다.
팔색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번식한 뒤 겨울에는 보르네오섬 저지대 숲으로 이동하는 여름철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팔색조를 적색목록상 취약종(VU)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 세계 개체 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월동지인 보르네오섬의 서식지 감소가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조사평가연구본부장은 “이번 확인이 팔색조를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야생생물의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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