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추석 앞둔 가공식품 줄인상, 원가 부담만 앞세워선 설득 어렵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팔도 용기면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팔도 용기면 제품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주요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라면과 만두, 빵과 즉석밥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먹거리들이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상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인상 시기와 품목, 폭이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오뚜기는 다음 달 진라면·열라면·참깨라면 등 컵라면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7% 인상하고, 팔도도 일부 용기면과 음료 출고가를 평균 5% 올린다. 삼립은 빵 50여 종의 가격을 평균 9% 인상한다. 파리바게뜨 역시 빵과 케이크, 디저트 등 1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5% 올리기로 했다. 이미 농심은 용기면과 스낵 가격을 평균 5.8%,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등 27개 품목을 평균 8% 인상했다. 개별 기업의 가격 조정이 겹치면서 식탁 전반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번지는 양상이다.

식품업계의 사정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당과 원맥,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뛰었고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까지 상승했다. 환율 부담과 인건비, 물류비 증가도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원가 상승을 기업에만 떠넘기며 가격을 무조건 묶어두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비용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격 조정이 필요한 것 역시 현실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관리가 가져온 부작용도 짚어야 한다. 일부 업체는 연초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라면과 과자, 빵, 밀가루 등의 가격을 내렸다가 몇 달 만에 다시 올리고 있다. 억눌렸던 가격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가격 스프링’ 효과인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상 전후의 사정이 아니라 당장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다. 단기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해 물가를 관리하는 방식은 결국 반등 시점에 부담을 키우고 정책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조정의 기준이 소비자 눈높이에서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을 내릴 때는 판매량이 적은 비주력 제품을 대상으로 삼고, 올릴 때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인기 제품을 앞세운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명절을 앞두고 구매가 늘어나는 만두, 즉석식품 가격을 올리면 통계상 물가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인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발표가 금요일에 집중되는 관행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뉴스에 대한 관심과 후속 보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시간이다. 민감한 가격 인상 소식을 금요일 내놓아 여론의 주목과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연히 일정이 겹쳤다고 하더라도 여러 업체가 비슷한 방식으로 가격 조정을 알린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소식을 슬그머니 넘기려는 행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업에도 소비자의 신뢰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인상분을 서둘러 반영하기보다 시기와 폭을 고민해야 한다.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 더 큰 신뢰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 물가는 가계가 경제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지표다. 기업의 합리적인 가격 조정은 존중하되, 그 과정은 투명하고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 역시 보여주기식 가격 통제보다 원가 부담을 낮추고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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