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AI 국가대전환=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AI가 농사짓는 시대 온다

  • 저수지·수로에 AI 접목…김인중이 그리는 'AI 농업 인프라'

"인공지능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농어촌공사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신뢰도와 품질을 높이는 혁신이다."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농업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 가뭄과 물 부족을 예측하고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농촌 현장의 안전까지 지키는 방향이다.


농업과 AI는 얼핏 멀어 보인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기후위기가 겹치면서 오히려 농업이 AI가 가장 필요한 산업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직접 농사를 짓기에 앞서 'AI가 농사짓는 환경'을 만드는 경쟁이 시작됐다.


농사도 데이터 경쟁력이다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가운데 하나는 물이다. 언제 비가 내릴지, 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물이 더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다.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과거의 경험과 통계만으로 농업용수를 관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AI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기상정보와 저수율, 작물 상태, 용수 수요 등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함께 분석하면 가뭄과 물 부족 가능성을 보다 일찍 파악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 언제, 얼마나 물이 필요할지도 더욱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AI 전환의 특징은 바로 AI가 실제 농촌 현장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위성이 농지를 보고 AI가 물 부족을 예측한다

한국농어촌공사KRC가 지난해말  인공지능 전환AX 추진의 사령탑인 KRC-AI 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농어촌공사(KRC)가 지난해말 인공지능 전환(AX) 추진의 사령탑인 'KRC-AI 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유럽연합(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에도 참여하고 있다.

9개국 19개 기관이 참여하는 '프로테우스(PROTEUS)' 프로젝트를 통해 위성 데이터와 현장 계측자료를 AI와 결합한다. 가뭄과 작물 스트레스를 조기에 감지하고 최적의 농업용수 공급방안을 제시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위성이 농지의 상태를 살핀다. 센서가 현장의 데이터를 모은다. AI가 가뭄과 물 부족 가능성을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과거에는 가뭄이 발생한 뒤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AI가 가뭄을 예측해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농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녹조도 발생하기 전에 AI가 찾는다


AI는 농업용 저수지의 수질관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과거 수질 데이터와 기상정보 등을 활용해 녹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저수지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AI 수질예측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녹조가 발생하면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AI가 결합되면 순서가 달라진다.

데이터를 모으고 AI가 위험을 분석한 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저수지를 먼저 찾아 대응하는 방식이다.

AI의 진짜 가치는 문제가 터진 뒤 보고서를 빨리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는 데 있다.


김인중의 승부수 'KRC-AX'


김 사장은 이러한 변화를 개별 사업에 그치지 않고 공사 전체의 AI 전환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25년 말 'KRC-AI 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KRC-AX 추진전략'을 확정했다. 김 사장이 직접 전략위원장을 맡았다.


AX 기반 구축, AI 기반 중대재해 제로, AI를 통한 업무혁신, 국민과 함께하는 AI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AI 활용이 확대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AI 윤리기준도 마련했다.


정보화 부서에서 AI 프로그램 몇 개를 도입하는 차원이 아니다. 농업과 농촌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직원 옆에도 'AI 동료'가 생긴다


AI는 농촌 현장뿐 아니라 한국농어촌공사의 사무실에도 들어오고 있다.

공사는 'KRC 생성형 AI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이 업무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 AI가 내부 문서와 자료를 찾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 농업용수, 농촌개발, 생산기반시설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가 많다. 수십 년간 축적된 사업자료와 규정, 현장 경험도 방대하다.


이러한 지식을 AI와 연결하면 직원 개인의 머릿속에 있던 경험을 조직 전체가 공유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이를 "공사의 업무 수행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문서를 찾는 직원'에서 'AI와 함께 판단하는 직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농촌의 위험도 AI가 먼저 본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것은 농지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저수지와 수로, 배수장 등 수많은 시설이 있다.

따라서 안전관리도 중요한 AI 적용 분야다.


KRC-AX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가 'AI 기반 중대재해 제로'다. AI CCTV 등 스마트 안전장비를 활용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보다 빨리 발견하는 방식도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센서와 CCTV가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한다면 사람이 놓치기 쉬운 위험행동이나 시설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찾아낼 가능성도 커진다.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조사하는 안전관리에서 사고 가능성을 AI가 먼저 찾아내는 예방형 안전관리로의 전환이다.


다음은 '농업 피지컬 AI'


더 주목할 것은 그다음 단계다.

현재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의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이 중심이다. 그러나 AI가 농기계와 로봇, 저수지와 수로, 자동화된 농업시설과 연결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상 AI가 강수량을 예측한다. 농업용수 AI가 작물별로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한다. 센서가 저수지와 수로의 상태를 확인한다. 자동화된 시설이 필요한 곳으로 물을 보낸다.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가 작물 상태에 따라 움직인다.


'농업 피지컬 AI'의 모습이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강점도 여기에서 나온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은 아니지만 AI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 농지와 저수지, 수로, 배수장이라는 거대한 물리적 현장을 갖고 있다.


AI와 현실 세계가 만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AI 농업'도 수출산업 될까


가능성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 곳곳의 농업이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해지고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생산성은 높이면서 물과 에너지는 더 적게 사용해야 한다.


한국이 축적한 농업용수 관리와 스마트농업, 농기계, AI 예측기술을 하나로 묶는다면 새로운 수출모델도 생각할 수 있다.

스마트팜 하나를 수출하는 데서 나아가 농업용수+스마트팜+농기계+AI를 결합한 'K-AI 농업 패키지'를 수출하는 것이다.


특히 물 부족과 농촌 인력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아시아·중동·아프리카 국가에는 한국형 농업 AI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AI가 농사를 짓는 시대


AI 국가대전환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먹거리와 직결된 농업도 AI 전환의 한복판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AI 전략은 두 갈래다. 생성형 AI로 직원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AI를 농업용수와 가뭄·수질·재난·안전관리 등 실제 농촌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두 흐름이 만나면 농업의 모습도 달라진다.


경험에 의존하는 농업에서 데이터로 예측하는 농업으로, 재해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농업에서 위험을 미리 발견하는 농업으로, 사람이 모든 시설을 일일이 관리하는 농업에서 AI와 사람이 함께 관리하는 농업으로 바뀐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농사를 짓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AI가 사람이 더 적은 물과 노동으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대한민국의 농업용수와 농지를 관리해 온 한국농어촌공사가 AI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김사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식량정책관, 차관보 등을 거친 농정 전문가로 2025년 5월 제12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KRC-AI 전략위원회'를 직접 이끌며 KRC-AX와 AI 윤리기준을 마련하고, 농업용수·재난·안전관리와 내부 업무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농어촌공사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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