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개된 접견 내용에서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 간 논의’ 등 구체적인 종전 다자논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양국 정부가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분야에서 수평적·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국민 사이의 우호와 신뢰도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의 안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한국 정부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양국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을 통해 도출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가 안정적인 발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深圳)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왕 부장은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 정부가 선전 APEC 정상회의를 지지하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고위급 교류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APEC 개최국으로서 올해 선전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정상의 만남이 지난해 11월 경주와 올해 1월 베이징(北京)에 이어 오는 11월 선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풍성한 성과를 함께 만들고 한·중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관한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 달라고도 당부했다. 접견을 마치면서는 지난 1월 시 주석과의 만남을 회고하며 각별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공개된 대화의 무게중심은 한반도 종전 구상의 구체화보다 한·중 관계 복원과 정상 간 합의의 후속 조치에 실렸다.
왕 부장이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보인 태도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왕 부장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는 거리를 뒀다.
왕 부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결정할 일”이라며 미국이 기존의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에 협력하겠다는 원칙은 재확인하면서도 북·미 간 담판에 직접 개입하거나 중재 책임을 맡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왕 부장이 방한 중인 이날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 북한은 왕 부장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던 2021년 9월 15일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도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남북관계 복원과 베이징동계올림픽 협력을 논의한 당시 한중 접견은 원론적인 메시지만 남겼다. 5년 만에 다시 왕 부장의 방한 기간 북한이 발사체를 쏘면서 비슷한 장면이 재연된 셈이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중 양국의 평화 메시지나 중국의 외교 일정과 별개로 북한이 독자적인 군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하고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대통령도 북·미 대화를 지원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했지만 북한의 발사체 발사로 대화 재개까지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한·중 양측은 우선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정상 간 합의의 후속조치를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경제·무역과 공급망 등 실질 협력에서 성과를 축적해 관계 복원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과제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중국의 건설적인 협력을 확보하면서 북·미 직접 대화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추진하는 균형 전략이 요구된다”며 “왕 부장의 방한은 종전 논의를 본격화한 계기라기보다 달라진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역할과 거리를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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