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 취임 당시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신설과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조직 개편안이 철회된 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기능을 내부적으로 강화하는 데 나섰다. 지난 1월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설치해 감독·검사와 분쟁조정 기능을 연계했고, 3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자문위는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어 32개 안건을 논의했다.
소비자 보호의 무게중심도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기고 있다. 보험금 심사기준을 변경할 경우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하고 보험계약 대리청구인 제도의 적용 대상도 확대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한 사후 구제도 이어졌다.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서는 분쟁민원 1만1696건, 132억2000만원 규모의 환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보험 분쟁민원 처리 건수도 1만4069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24.8% 늘었다.
자본시장에서는 지난 4월 특별사법경찰의 인지수사권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기존에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이 넘긴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했지만, 이제 특사경이 불공정거래 혐의를 직접 포착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행정조사 중이던 중대사건 2건을 강제수사로 전환해 지난달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가상자산 불공정거래도 최근 1년간 20건을 조사해 18건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불법금융광고와 신종 피싱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감시체계도 구축했다.
금감원은 검사·수사 범위도 한층 넓히고 있다. 이달부터 주요 은행의 ETF 신탁 판매 실태 검사에 착수한다. 주요 은행 6곳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ETF 판매액은 64조원, 수수료 수익은 5864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수료 체계와 은행 성과평가, 판매 절차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불법 영업을 반복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해서도 이른바 ‘끝장검사’를 예고했다.
수사 권한의 추가 확대도 추진한다. 금감원은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불법사금융과 불법추심을 직접 수사하는 민생특사경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이어 민생금융 영역까지 직접 수사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금감원의 권한과 책임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조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다. 이르면 이달 발표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앞두고 금감원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감독기구가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취임 초 금소원 분리 논란을 넘긴 금감원이 다시 조직 개편 문제와 마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직 분리 위기를 넘긴 지난 1년이 금감원의 기능과 권한을 키우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감독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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