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어제(12일) 36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무더기 지정했다. 최근 30거래일간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했거나 상장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에 못 미친 기업들이다.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개정 상장규정에 따른 첫 대규모 조치다. 앞으로 그 수는 100개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랫동안 말만 무성했던 부실기업 퇴출이 마침내 실행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 특히 코스닥은 '다산다사'가 아닌 '다산소사' 구조로 굴러왔다. 최근 20년간 1천353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지만 퇴출된 기업은 415개에 그쳤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8.6배나 불어났음에도 지수는 겨우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부실기업이 걸러지지 않은 채 시장에 계속 얹혀 있으니 지수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새 기업은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죽어야 할 기업은 죽지 않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정당한 수익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랜 오명도 이런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동전주는 그 상징적 사례다. 주가가 극단적으로 낮은 종목은 변동성이 커서 시세조종의 표적이 되기 쉽고, 실체 없는 테마에 휩쓸려 급등락을 반복하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워 왔다. 이번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 중에 남북경협 테마주로 거론되던 곳이 포함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실적이나 성장성과 무관하게 뉴스 한 줄에 출렁이는 종목들이 시장 신뢰를 갉아먹은 지 오래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 종목까지 함께 솎아내는 이번 조처는 최소한의 시장 규율을 세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제도 자체를 흔드는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시황 급변으로 일부 기업이 억울하게 걸릴 소지가 있다면, 이는 개별 이의신청이나 유예 심사 등 구제 절차를 통해 보완할 문제이지 '연속 45거래일'이라는 핵심 기준 자체를 무디게 만들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기준이 느슨하면 느슨한 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이 보여주지 않았는가. 실제로 이번에도 액면병합이나 감자로 형식적 요건만 피해 가려는 움직임이 벌써 감지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당국과 거래소는 형식적 요건 충족을 통한 '눈속임 퇴출 회피'를 막을 우회방지 장치를 계속 정교화해야 한다. 액면병합이나 감자로 주가 숫자만 바꿔 놓고 실질은 그대로인 기업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난다면 이번 개혁은 반쪽짜리에 그치고 만다.
또한 ‘퇴출’과 함께 ‘진입’의 문턱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부실기업을 빠르게 내보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충분한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기업이 코스닥에 들어와야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번 관리종목 무더기 지정과 뒤따를 상장폐지 절차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고통 없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당국은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키고, 상장사들은 이번 기회를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내실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코스닥이 건강한 시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