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 들인 AI 학습데이터…중복·오류에 '혈세 낭비'

  • 감사원 감사 결과…중복 구축·품질관리 부실 확인

  • 차량 좌표 누락·폐기물 23% 실제 이미지 불일치

  • 폐업 업체 오류 방치…제3자 유지보수 체계 통보

인공지능산업 육성 실태ⅢAI 학습용 데이터 그래픽감사원
인공지능산업 육성 실태Ⅲ(AI 학습용 데이터) [그래픽=감사원]
정부가 1조6328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에서 기존 자료와 유사한 데이터를 다시 만들거나 AI 학습에 사용할 수 없는 부실 데이터를 공개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사전 검토와 품질관리, 사후관리 부실이 겹치면서 대규모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됐다는 지적이다.
 
12일 감사원이 공개한 ‘인공지능산업 육성실태-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중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했다. 2025년 11월 기준 AI 허브에 공개된 데이터는 908종이다.
 
이와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서울시, 한국도로공사 등 26개 공공기관도 자체 포털 등을 통해 313종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별 구축계획을 사전에 공유하거나 기존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체계가 없어 유사한 데이터를 중복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기정통부가 73억8000만원을 들여 야생동물과 생활폐기물, 콘크리트 균열, 계란 관련 데이터 4종을 먼저 구축했지만, 서울시와 한국도로공사 등 5개 기관은 이와 유사한 데이터를 만드는 데 다시 6억1000만원을 투입했다.
 
대전 서구가 구축한 생활폐기물 데이터는 이미지 9000장 가운데 5200장(57.8%)이 기존 과기정통부 데이터와 유사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야생동물 데이터도 전체 6만장 가운데 2만5000장가량이 기존 자료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 간의 계획을 조정하지 않아 같은 해 비슷한 데이터를 각각 만든 사례도 있었다. 과기정통부가 2021~2023년 알약과 구강,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구축에 233억원을 투입하는 동안 식약처 등 3개 기관은 유사한 데이터 구축에 별도로 8억4000만원을 사용했다.
 
2023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강 진료 등을 위해 구축한 이미지 1000장은 같은 해 과기정통부가 구축한 데이터와 모두 유사했다. 2021년 과기정통부와 식약처가 각각 만든 알약 자동 식별용 데이터도 1411종의 이미지가 겹쳤다.
 
데이터 품질관리도 허술했다. 구축 실적 상위 20개 공공기관 가운데 4곳은 별도의 품질관리 기준이 없었고, 9곳은 납품 전 제3자 품질검증을 하지 않았다. 식약처와 한국동서발전은 제3자 검증은 물론 사업수행기관의 자체 점검도 요구하지 않았다.
 
5개 기관이 구축한 데이터 114종 가운데 96종(84.2%)은 문장 구조와 형식의 정확성을 판단할 구문규칙규격서가 없어 품질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감사원이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가 구축한 데이터 6종을 표본으로 전문기관 검증을 실시한 결과, 1종은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머지 5종의 형식 정확성은 77.3~99.2%로 기준값인 99.5%에 미달했다.
 
한국도로공사가 2025년 구축한 ‘도로주행 CCTV 학습데이터셋’은 자동차 등 객체를 표시한 이미지 2680장에 바운딩 박스 위치 좌표 정보가 빠져 있었다. AI가 자동차의 위치를 인식할 수 없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학습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서울시가 2020년 구축한 ‘대형폐기물 학습데이터’에서는 전체 이미지 2303장 가운데 538장(23.4%)의 파일명과 실제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파일에는 ‘가방’이라고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박스나 탁자 이미지가 담기는 식의 오류였다.
 
구축 업체가 폐업한 뒤 데이터 오류를 고치지 못하는 문제도 드러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21~2024년 1270개 업체를 통해 데이터 721종을 구축했는데, 이 가운데 폐업하거나 내부 사정이 발생한 65개 업체가 납품한 데이터가 213종으로 전체의 29.5%에 달했다.
 
이들 데이터 중 11종에 대해 오류 관련 민원이 제기됐지만 진흥원은 구축 업체가 폐업했다는 이유로 직접 수정하거나 제3자에게 보수를 맡기지 않은 채 민원을 종결했다. 오류가 확인된 데이터도 AI 허브에 계속 공개됐다.
 
감사원은 과기정통부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기존 데이터의 대체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기관별 구축계획을 공유·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공기관에 공통 적용할 품질관리 기준과 자체 점검·제3자 검증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는 폐업 업체가 구축한 데이터 오류를 직접 수정하거나 제3자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범부처 전수조사를 통해 기존 데이터의 품질을 검증하고 부실한 자료는 데이터·AI 전문기업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유사 데이터 구축과 품질관리 체계 미비로 활용할 수 없는 데이터가 생산됐고, 구축 이후 사후관리도 미흡했다”며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AI 기업의 호소가 지속되고 있어 AI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양과 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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