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7월 말 기준 국회에는 12건의 사모펀드 규제 법안이 발의됐고, 금융위원회도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차입매수 시 차입 한도를 순자산 대비 200%로 낮추는 방안, 투자자(LP)와 금융당국에 대한 성과보수와 임원 보수를 포함한 공시·보고 의무 확대, 운용사(GP) 등록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설 등에 더해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처럼 외부 기관을 통해 자산가치를 평가받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국내에 등록된 이른바 토종 사모펀드에만 적용되고 외국계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모펀드가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타당하다. 그러나 "경영 노하우 없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식의 접근, 그리고 국내 사모펀드에만 적용되고 외국계는 비켜가는 규제는 정작 의도한 효과는 얻지 못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국내 자본시장과 경제에서 역할이 커지는 국내 사모펀드만 위축시킬 수 있어 상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홈플러스 사태를 돌아보면 MBK라는 특정 운용사의 인수 후 경영관리 실패와 기회주의적 행태가 겹친 사례이지, 국내 사모펀드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MBK는 2015년 4조원이 넘는 인수금융을 동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8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000억원까지 급격히 감소하는데 그 사이 본질적인 경영 개선보다는 알짜 점포를 매각·재임차하며 단기 현금 회수에 치중한 결과 홈플러스의 리스 부채는 3조8501억원까지 불어나며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현재의 사모펀드 시장과 규제는 이미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우 유리한 구조이다. 사모펀드의 보수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뉘는데 국내 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받는 관리보수는 약정 금액의 1% 안팎에 그치는 반면, 외국계는 2% 수준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존의 공시·보고 의무와 내부통제·지배구조 관련 규제뿐만 아니라 현재 논의되는 규제 역시 국내 법인으로 등록된 운용사에만 적용되어 해외에 법인을 둔 외국계 사모펀드는 이를 피해 갈 수 있다. 여기에 고환율 국면까지 겹치면서 이들은 본국의 규제를 우회한 채 지난해 5000억 이상 대형 인수합병 시장에서의 비중을 70%까지 늘렸다. 결국 이러한 비대칭적 규제와 시장 상황의 수혜자는 외국계 대형 사모펀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자칫 AI, 바이오 등 국가 전략 자산인 첨단 산업을 외국계 사모펀드가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지 모른다.
국내 사모펀드는 그동안 꾸준히 양적 성장을 지속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195개, 출자약정액 167.5조원, 투자이행액 124.3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1%, 9.0%, 5.8% 증가했다. 운용사도 455개로 늘었고 신규 약정액 27.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미집행 투자여력도 43.2조원까지 늘어 꾸준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 20년간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었다. 회수가 완료된 국내 투자 231건을 분석한 결과 내부수익률은 평균 27.8%로 주식시장 대비 연 22.9%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사모펀드 투자 이후 기업가치 증가분의 73.3%가 매출 성장에서 비롯됐으며, 이러한 가치제고 역량과 초과수익률은 제도 도입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해외와 비교하면 수익성 개선 역량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한계도 드러나 운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국내 사모펀드의 향후 과제라 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의 기능이 가장 고도로 발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회계법인 EY 분석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2024년 미국 GDP의 약 7%인 약 2조 달러를 창출하고 1330만명을 고용하는 등 미국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다수의 학술 연구가 있는 반면 사모펀드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와 함께 단기 수익 추구, 지나친 차입이 의료·요양 등 필수 서비스의 질 저하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책당국은 사모펀드 자체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경쟁정책과 금융규제를 통해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성은 연속적 인수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문제가 된 의료 분야에서 사모펀드 인수가 의료비 상승과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하는지 공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 역시 사모펀드의 공시와 이해상충 규제를 강화하려 했다. 필자가 몇년 전 만난 네덜란드 연기금 관계자는 투자한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의 제품인 총기가 대형 총격 사건에 사용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처럼 사모펀드의 가장 중요한 투자자인 기관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혹시나 이들이 초래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고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사모펀드의 규제 방향은 글로벌 규제 흐름과 정합성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활동을 벌이는 초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규제가 약한 지역을 선호하기 마련이므로 자칫 이들에게 유리한 국내 규제는 취지와 달리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도리어 심화시킬 수 있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운용사와 주로 기관투자자인 투자자 간 사적 계약에 기반하므로 성과·비용, 자산가치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들 간의 협의 체제를 실질화해 시장 자율규율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 자본시장은 저성장과 창업 세대의 고령화 국면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세대 교체형 승계, 신산업 투자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사모펀드는 우리 자본시장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핵심 중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규제 논의가 특정 사례에 대한 대응에 그쳐 산업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외국계 자본에만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가 축적해 온 가치제고 역량과 시장의 자정 능력을 신뢰하되,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로 향후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조정과 성장을 이끄는 국내 사모펀드의 역할을 한층 키워나가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 전 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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