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묻다]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 "반도체 호황, 구조개혁 골든타임… 노동·자본 재배해야"

  • "경기 회복 국면, 산업 간 온도차 존재 …회복 여부보다 범위·속도가 중요"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함께 인공지능(AI) 확산, 탈탄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대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기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감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현재 한국 경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로 '전환'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생산 연령 인구는 이미 감소 국면에 들어섰다"며 "인구구조의 전환뿐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에 대응한 탈탄소 전환, 경제 안보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과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소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중요한 건 이 호황이 벌어준 소득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의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자본 배분의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며 "전환을 미루면 기존의 강점도 약해질 수 있지만, 현재의 호황을 잘 활용하면 구조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현 경기에 대해서는 회복 국면에 진입했으나 산업 간 온도 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 회복이 경제 전반에 균일하게 확산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하지만 폭이 좁은 회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증가로 발생한 소득은 기업이익으로 나타난 뒤 투자와 임금, 협력업체 매출과 가계소비로 확산된다"며 "지금은 회복 여부보다 회복의 범위가 얼마나 빠르게 넓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노동과 자본을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산업으로 재배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업 부문에서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지원하기보다 생산성 향상과 성장 가능성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구조개혁 골든타임인 이유는 고령화와 재정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진 뒤에는 개혁의 비용과 저항이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호황으로 소득이 많이 늘어난 지금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줄어든 시기가 아니라, 개혁에 따르는 단기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 시기"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자금 쏠림에 대해서는 생산적 투자로의 자금 배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규모의 민간신용이라도 가계보다 기업 부문에 배분되는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특히 젊은 중소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으로 자금이 배분될 때 성장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초고령화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공간을 좁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 원장은 "경기침체 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져 금리 인하 여력이 줄고 반대로 연금·의료 등 경직성 지출과 정부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정부의 이자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며 "금리를 내려야 할 때는 인하 여력이 부족하고, 올려야 할 때는 재정 부담이 커지는 양방향의 제약이 생긴다"고 했다.

AI 도입은 거시적 생산성을 높일 잠재력이 크지만 효과와 실현 시점은 불확실하다고 봤다. AI가 노동시장,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직업 전체가 사라지기보다는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층의 경우 '경력의 첫 사다리'가 약해질 수 있는 반면 AI를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성 향상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1975년생으로 미국 위스콘신대 수학·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 럿거스대 교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객원연구위원, 버지니아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23년 한은 경제연구원장 겸 수석 경제학자로 발탁됐다. 당시 40대의 젊은 나이에 경제연구원을 이끌게 되면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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