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오 산업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신약 질서를 흔드는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중 경쟁과 팬데믹을 거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가운데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혁신신약과 첨단 바이오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5일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술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742억 달러(약 108조원)에서 2030년 2630억 달러(약 380조원)로 3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매출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 매출이 2024년 기준 약 2조9763억 위안(약 635조11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이 생산과 연구개발(R&D), 임상, 기술사업화가 결합된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며 글로벌 제약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 구조 변화도 주목된다. 제네릭 의약품 중심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혁신신약과 바이오기술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2024년 기준 중국 제약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0%에 달하지만 최근 5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혁신 신약은 연평균 8.5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값싼 복제약 공급기지에서 혁신 기술과 신약 후보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바이오텍과 대형 기술수출 계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혁신신약의 공급처이자 공동개발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와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24년 대비 16.7% 증가한 218억 위안(약 4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프로젝트도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209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2024년(148개) 대비 약 41%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프로젝트는 총 945개에 달한다. 특히 신규 209개 프로젝트 중 절반은 미국에서 발생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대규모 내수시장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력, 공정 역량, 빠른 설비 확장 능력이 결합되면서 중국이 연구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형 바이오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임상시험 파트너로 중국 시장을 택하는 사례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과 비교해 저렴하고 임상 속도는 더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해 자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이 전년 대비 6.4% 증가한 521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과의 협력은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임상, 글로벌 상업화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베이징에 첫 해외 R&D 거점을 열고 ADC 중심의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바이오텍과 항암 후보물질을 공동 발굴해 전임상과 초기 임상을 현지에서 수행한 뒤 후기 개발과 상업화는 직접 맡는 구조를 짰다. 아리바이오는 푸싱제약과 손잡고 치매치료제 'AR1001'의 중국 임상 3상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바이오혁신전략팀장은 "중국 기업은 이중 항체, ADC,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등 첨단 분야에서 공동 개발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자산, 임상, 시장 접근 역량과 우리나라의 플랫폼, 제조, 품질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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