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센싱 기술의 경쟁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멀리, 얼마나 정확히 감지하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실제 양산 차량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빠르게, 반복 가능하게 구현할 수 있는가'가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자사 연례 기술 시연회에서는 UWB 기반 차내 감지 기술, 차세대 밀리미터파 레이더, ADAS 관련 규제 변화 등이 다뤄졌다. 특히 UWB 기반 차량 내 아동 감지(CPD) 솔루션 발표는 센싱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줬다. 핵심 메시지는 새 알고리즘 소개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실차 배포까지 전 과정을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좋은 알고리즘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차종과 환경에 반복 적용 가능한 개발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차량 외부를 인지하는 ADAS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센싱 기술의 경쟁력은 개별 기능의 우수성보다 양산차에서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ADAS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차선 유지, 자동 긴급제동, 사각지대 감지 등은 더 이상 프리미엄 차량만의 기능이 아니다. 그만큼 ADAS는 맑은 날뿐 아니라 비, 안개, 터널, 야간 주행처럼 운전자가 실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내 도로 환경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현실적인 과제다. 장마와 집중호우, 짙은 안개, 많은 터널, 야간·역광 상황은 모두 카메라 인식에 부담을 주는 조건이다.
이 때문에 ADAS의 경쟁력은 센서 간 보완 구조에서 나온다. 카메라는 차선과 사물의 형태를 읽는 데 강점이 있지만 빛과 날씨 영향을 받는다. 반면 레이더는 빛에 의존하지 않고 거리·속도·방향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 카메라를 보완한다. 고속 주행에서는 물체가 '무엇인지'보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접근하는지'가 안전과 직결된다.
글로벌 규제와 안전 평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럽과 중국의 표준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탐지·대응 능력을 점점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ADAS는 더 이상 '편의 기능'이 아니라 다양한 실제 주행 환경에서 신뢰성을 담보해야 하는 '안전 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자사 역시 터널처럼 카메라 인식이 불리한 환경에서 위험 요소를 더 이른 시점에 인지하도록 탐지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스펙 문제보다는, 차량 시스템이 운전자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칩 성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차종마다 센서 위치와 차체 구조, 목표 시장의 안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프로젝트마다 처음부터 설계하기보다 다양한 차종과 시나리오에 빠르게 적용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자사의 UWB 기반 CPD 솔루션도 데이터 수집부터 배포하기까지 과정을 표준화해 양산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가능성보다 신뢰성을 엄격히 요구한다. 반복 가능한 품질과 예측 가능한 개발 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는 쉽지 않으며 안전과 직결되는 ADAS·차내 감지 기술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센싱 기술의 경쟁력은 카메라, 레이더, UWB 등 다양한 센서가 각자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차량·도로 환경에 안정적으로 통합될 때 완성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다음 과제는 까다로워지는 안전 평가와 실제 도로 조건 속에서도 일관된 ADAS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중국처럼 규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장을 겨냥한다면 전천후 감지 역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운전자가 기대하는 안전 기술은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비·터널·야간에도 조용히 작동하며 위험을 먼저 알아차리는 기술이다. 사고가 나지 않았기에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기술, 그 조용한 신뢰성이 곧 자동차 안전의 본질이다. 미래의 센싱 기술은 더 멀리 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감지하고, 더 빠르게 양산차에 적용되며, 더 많은 운전자가 일상에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맑은 날의 ADAS를 넘어 모든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전천후 센싱 기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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