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급소 호르무즈·홍해, 공급망 다각화로 돌파...베네수엘라까지 선택지에

  • 미국·북해 만으론 한계…베네수엘라산 도입 추진

  • GS칼텍스 이어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도 검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들 시진AF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들 [시진=AFP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막힐 위기에 놓이면서 국내 원유 공급망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과 우회 운송에 따른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정유사들은 수입처 다변화에 사활을 걸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국내에 들여왔다. 국내 정유사가 운송 거리와 경제성 문제로 20여 년간 외면했던 베네수엘라산 원유까지 다시 찾을 만큼 수급 상황이 절박해진 것이다.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중동산 의존도가 높다. 중동 전쟁 이전 기준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으로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막히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 원유 반입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운항하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사우디 선박 봉쇄를 선언하면서 우회 수송로까지 흔들리고 있다.

중동산 원유 공급망의 양쪽 출구가 모두 위협 받으면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수에즈운하를 통해 희망봉을 돌아 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통상 소요되는 연료비는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수에즈 통행료 명목으로 1척당 100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검토할 수 있는 대체 공급처는 미국과 북해, 베네수엘라 등으로 좁혀진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유럽 역내 수요가 우선인 데다 물량과 가격 측면에서 국내 정유사가 대규모로 확보할 수 없다.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라 중동산 원유를 전량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 그동안 중질유에서 고부가 제품을 정제하는 데 집중해 온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경질유 정제 비중을 높일 경우 공장 운영과 제품 생산 비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산 경질유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게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다. 두 가지 원유를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로 경제성과 제품 생산 비율을 맞추면 중동 공급망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공급선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최대주주라 사우디 외 원유 도입에 제약이 있는 반면,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베네수엘라산 도입 논의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GS칼텍스의 정제 시험 결과가 향후 두 회사의 도입 여부를 가를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산 원유에 약 70%를 의존해 온 국내 정유사의 공급망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동이 여전히 주력 공급처로 남더라도 미국과 캐나다, 베네수엘라 등 비중동권 원유 비중을 높여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수입망을 상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은 기존 중동·미국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불안에 대비한 보완적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초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정제 기술과 설비를 갖춘 만큼 활용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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